▲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도입된 무인주문시스템/사진=연합 |
매장 한 켠에 사람처럼 서 있는 긴 기계 여러 대 앞에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줄 서 있었다.
'이게 뭐지?'
일단 익숙하지 않는 그곳을 지나 계산대 앞으로 가서 치킨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계산대 너머의 직원은 폭포수같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포장이신가요, 드시고 가시나요?, 음료는요?, 5분 정도 소요됩니다. 500원 추가하시면 라지사이즈로 변경 가능하신데 괜찮으세요?" 등 직원과 여러 차례의 대화를 거친 후에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주문한 것을 기다리며 궁금해 하던 그 긴 기계 곁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인 '키오스크'라는 것이었다.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즉, 무인 주문 기계와 같은 것이다.
'언택트'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 언(Un)을 붙여 만든 신조어로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언택트는 말 그대로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무인, 자동, 자율의 통합 개념으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는다고 한다.
그 언택트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 앞에서 보았던 패스트푸드점에 등장한 키오스크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2015년 8월 신촌점에서 데뷔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제야 대하며 '이게 뭔가?' 어리둥절하고 있다니 정말 뒤처지는 세대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어서 젊은층에게 큰 지지를 얻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업에서 언택트족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키오스크는 등장부터 다른 사람과 대하는 것을 외려 번거로워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언택트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일 수 있고 자기주도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업자에게도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앞으로 IT업계와 유통업계는 언택트가 올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힘, 기술, 감성이 필요한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 하면서 우려의 소리가 크다.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주문하는 간단한 소통까지 꺼려하며 사람보다 기계를 더 편안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걱정이 든다. 이러다가는 드라마처럼 로봇 배우자를 두는 일까지 생기는 일이 가능해질 거 같다. 잔소리 하는 사람 아내보다 뭐든지 원하는 대로 알아서 해주는 로봇 아내가 더 편하게 생각되어 질 테니 말이다.
나와 다르다고, 나와 뜻이 맞지 않는다고 그래서 사람 대하기가 피곤하다며 아예 대면조차 안 하려는 사람들,
사람 보다 기계 대하기가 더 편안한 사람들.
갑자기 울컥 슬퍼진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들이겠지만 젊은이들이 대인관계에 피로해 하고 어려워서 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상대들에게 덕이 되게 살지 못 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건 잘 이끌어 주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라도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잘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계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좋다'라는 것을 자꾸 인식시켜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슬픈 하루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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