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중) 부족한 지원제도
(하) 관심 밖 장애인 일자리
대전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취약하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학까지 뒷바라지하더라도 아이가 취업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취업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장애인들도 취업 전선에서 밀려나 좌절감에 빠진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을 할 수 있는 18세 이상 장애인은 6만 9306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사업은 시간제를 포함한 장애인 일반형 일자리 205명,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 70명,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519명을 비롯해 1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전체 장애인 수와 비교하면 일자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들의 근심은 높아진다. 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아이를 둔 김 모(44·대전 중구 대흥동) 씨는 "아이가 대학까지 가더라도 나중에 취업하기가 힘들 텐데, 나이는 들어가고 모아둔 돈도 없는 상황에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들도 매번 면접에서 탈락하다 보니 허탈감이 배가된다. 지체장애 2급인 박 모(25·중구 옥계동) 씨는 "사이버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는 없었고 면접을 보더라도 항상 탈락하기 일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을 앞둔 장애인들은 공공기관의 장애인의무 고용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역시 기대에는 부족하다.
상시 50인 이상 근로장인 공공기관은 3.4%, 민간기업은 3.1%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대전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장애인 취업률은 2015년 2.95%, 2016년 2.99%, 지난해 상반기 3.14%로 최근 2년 사이 고작 0.2%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뇌병변장애 2급인 정 모(30·유성구 지족동) 씨는 "공공기관에 장애인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지원을 했는데 면접에서 탈락한 적이 있었다"며 "겉만 보고 판단하는 모습에 여러 번 좌절해 서른이 다됐지만,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집에만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는 현재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반 장애인 일자리는 확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일자리는 국비 사업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과 전기차충전설치 관리 등 여러 곳에 인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사업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취업한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임금 혜택이 같도록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지웅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는 "장애인 일자리는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곳도 있지만, 단순한 노동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하고, 발달장애인 등 모든 성인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보호 작업장 확충과 직업능력개발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
방원기·박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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