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비극성과 순수함 정교히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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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비극성과 순수함 정교히 결합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

  • 승인 2018-04-21 13:26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오지희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 13~14일, 이틀에 걸쳐 2018 대전예술의전당 스프링페스티벌 모차르트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 올랐다. 작년 가을 처음 시도한 셰익스피어와 모차르트 만남에서 연극과 음악의 느슨한 결합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어떻게 업그레이드됐는지가 관건이었다. 다시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정교함을 입어 같은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음악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 속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압축된다. 이러한 특성은 모차르트 음악에서도 동시에 발견된다. 모차르트 음악을 상징하는 절대음악의 본질은 인생의 비극적 순간에서도 가장 순수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데 그 위대함을 지닌다. 셰익스피어와 모차르트 만남의 성공 여부는 바로 비극성과 순수함이 음악과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에 달려있었다. 연출가 임선경의 역량은 어느 지점에서 비극적 요소를 강조하고 어떻게 그들의 순수한 내면이 드러나는가에 집중됐으며,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를 이끈 지휘자 이운복의 역할 역시 모차르트 절대음악이 지닌 속성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있었다.

서곡으로 등장한 모차르트 교향곡 25번의 역동적 울림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음악극의 격정적 흐름을 예고했고 성악반주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진지한 자세로 목소리를 받쳐 극의 중심을 잡았다. 합창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다듬어진 음색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고 이는 아리아를 부르는 가수의 호소력 있는 울림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또한 필요한 장면에서 자막을 사용하며 음악에 맞춰 회전계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연극적 동력을 회복해 이미지의 흐름을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나아가 무대의 은은한 영상을 배경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맞춰 입은 흑백의 의상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선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순백의 옷을 입은 로미오와 줄리엣 무용수가 보여준 서정적인 표현미학이 비극성과 순수함의 절정 그 자체를 상징하듯이 말이다.

이렇듯 모차르트 음악극 등장인물은 모두 전체 연극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어갔다. 어떤 캐릭터나 음악, 장치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작품의 일원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과거 음악극과 가장 차별화된다. 셰익스피어와 모차르트가 만나는 접점에서 보여준 연극과 음악의 정교한 처리는 진화의 결과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번 상연된 작품이라도 세밀하게 다듬어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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