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보조작은 살인보다 무서운 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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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보조작은 살인보다 무서운 죄악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4-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희망이 맞아 가면 행복이 되지만, 염려가 맞아 들어가면 가슴이 저립니다. 허접한 촌로 말에 귀 기울일 사람이야 없겠지요. 그럼에도, 완곡하지만 미래사회 적응에 대한 글을 여러 차례 썼습니다. 정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언제나 잘 되는 것이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지요. 모든 행태가 보다 투명해야 한다,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진솔해야 된다 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에 맞도록 사고틀(Paradigm)이 바뀌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경고도 하였지요.

하느님이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하늘에서 늘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항상 녹취 장비 소유하고 다닙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하는 행위는 모두 초단위로 서버Server에 기록되지요. 운영자는 알려면 모두 알 수 있지요. 일일이 밝히지 않을 뿐입니다. 본인 의도와 관계없이 모든 행태가 수록됩니다. 숨기려거나 보호하려는 것을 파괴하는 일을 해킹hacking이라 하지요. 프로그램은 실타래와 같아 역으로 가면 모두 풀리기 때문입니다. 차단하거나 폐기 외에 숨길 방법은 없습니다. 더욱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보안에 대해 설명하자면 너무 길겠지요. 단편적 예 하나 들어봅니다. 예전에 아래한글HWP을 만든 이찬진 대표가 비밀번호를 13자로 만들고 숫자뿐 아니라 문자, 특수문자를 사용토록 하여 풀 수 없다고 장담한 적이 있습니다. 13자 전체를 하나씩 바꿔가며 맞춰본다면 그럴 수 있겠지요. 컴퓨터가 세게 모든 언어 구사하고 기록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컴퓨터 언어는 256가지(1Byte)였습니다. 한자씩 맞춰보면 256번씩 13번 맞춰보면 됩니다. 그것도 컴퓨터로 대조시키면 순식간이지요. 컴퓨터가 만들어진 이후 보안이나 보호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수많은 방법이 동원되지만 결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댓글 조작이 일파만파 정국을 거세게 흔들고 있습니다. 구속된 주범 필명이 '드루킹'이라더군요. 그가 주도하는 모임 중에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란 오프라인 단체가 있는데요. 보도매체들이 일제히, 지난 해 3월 더불어민주당 당내 후보경선 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회원들과 악수하는 모습, 만류하는 비서 뿌리치고 경인선에 가야된다 하는 동영상 등을 공개했습니다. 자료 중에는 SNS에서 나눈 글도 다수보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도 그대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정권 심장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알리는 수많은 자료가 지속적으로 공개되더군요. 댓글 조작, 정보 조작은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인류사적 퇴보입니다. 별 관계 아니라던 청와대가 매우 궁색하게 되었습니다.



댓글 조작을 네이버가 먼저 알고 수사의뢰 하기도 하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추미애 대표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었는데요. 그런저런 이유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모두 피해자라 하는 모양새를 취합니다만, 어떤 조직도 극비 요하는 중대 사안을 모든 조직원에게 공개하고 행하지 않지요. 극소수 관계자가 은밀히 준비하고 시행합니다. 종래는 모두 밝혀지지만,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알면 비밀이 아니지요.

바둑 격언에 "악수가 악수 부른다."란 말이 있습니다. 잘못된 일 하나로 계속해서 잘못이 만들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결국은 패배하게 되고, 잘못된 첫 번째 수를 패착이라 합니다. 패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를 무르거나, 악수임을 아는 즉시 잘못을 인정,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거짓의 산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친밀도만큼 증오의 크기도 커집니다. 어떠한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SNS 대화 내용에는 "... 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했던 넘들이 뉴스메인 장식하면서 니들을 멘붕하게 해줄 날이 곧 올거다."라는 것도 있더군요. 빨리 푸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도 그렇지만, 이번 정권 특징 중 하나가 매사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국가 대사부터 민원성 작은 일까지 모두 참견입니다. 참견이 아니라 주도합니다. 각 부처가 해야 할 일을 대부분 청와대가 합니다. 비서실은 보조조직 아닌가요? 국가 기간조직이 아님은 분명하지요. 존재가 보이지 않을수록 유능한 집단이 되지요. 잘잘못을 따질 위치에 있지도 않지만, 매사 비서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 번 정부가 처음 아닌가요? 역사에 더러 보이지만, 그럴 경우 모든 나라가 망했습니다. 비서실은 대통령 통치행위가 그릇되지 않도록 보좌하는 일이 주 업무지 현장 일을 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게다가 각종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사안이 있을 때 마다 거듭 새로 만들기도 합니다. 보조조직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조직에 의존하면 기간조직은 무력화 되어 급기야 조직 전체가 무너지고 맙니다. 청와대 제외한 국가 제반 조직은 보이지 않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비서실 스스로 족쇄 차는 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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