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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지었다는 이유로 브랜드만 보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입주(예정)자의 얘기다. 막상 하자가 발생하거나 시공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도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지난해 대전 서구의 한 재개발지역 아파트를 분양받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는 너무 얇은 층간 소음재, 저가마감재 등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합 측과 시공사는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개선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현장에 현수막까지 붙이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씨는 "실외기실도 다른 아파트는 타일로 마감하는 추세인데, 보이지도 않는 곳이라면서 페인트칠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더라. 분명히 오래되면 다 벗겨지고 갈라질 텐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지만, 막상 공사에 들어가자 설계를 뒤바꾼 사례도 있다.
2002년 입주한 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는 최초 설계 때는 지하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를 연결해주기로 했지만 시공 과정에서 빼 버렸다.
당시 이 지역 조합원들은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서울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설계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항의했다는 이유로 사업이 엎어질 위기를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을 맡겠다고 나섰던 대형 건설사와 계약이 여러 번 해지돼 분담금 폭탄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2006년 입주한 대덕구의 한 아파트는 재건축조합 청산에 드는 비용이 39억원에 달하면서 세대당 1900만원씩 분담하게 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시공사가 최소 6차례나 바뀌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으로, 계약 해지된 건설사에 지급해야 할 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조합원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짓든 향토기업이 짓든 하자는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다만,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건설사는 하자를 빠르고 정확히 해결해 주지만, 외지 또는 대형 건설사는 심할경우‘먹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모 건설사 대표는 “아파트를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브랜드를 따지겠지만, 실제 거주자들은 내실과 실력, 신속한 하자 해결 등에 비중을 둔다”며 “자신이 직접 살 집이라면 브랜드 보다는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장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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