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 투표 후 도마·변동 3구역 수주경쟁 '점입가경'

홍보인력들 조합원 '마음돌리기' 혈안
일각 부재자투표 실효성 의문 제기
"불법·혼탁양상 조장… 악용 가능성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전 서구 도마·변동 3구역 재개발사업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 이후 수주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재개발사업조합에 따르면 2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앞두고 지난 15일 진행된 부재자투표에는 조합원 823명 중 350여 명이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 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부재자 투표가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기호 O번이 앞섰다’거나 ‘어디가 밀렸다’는 등 각종 추측설이 난무하고 있다.

통상 투표권을 한 번 행사하면 끝이지만, 정비사업을 위한 조합원 투표는 다시 할 수 있다. 부재자 투표자가 21일 열리는 총회 장소에 참석하면 마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재투표'를 해야 한다.

경쟁 중인 시공사의 임직원을 비롯해 홍보전담 인력들에 또다시 대거 투입돼 '마음 돌리기'에 바쁜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합원 A 씨는 "지역건설사가 부재자 투표에서 유리하게 나왔다는 말이 돌자, 대기업 측이 투표를 마친 조합원들을 상대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이미 300명에 달하는 홍보 인력을 대거 투입해 집집마다 방문할 정도로 혈안이었던 상황에 부재자 투표 이후 수주 경쟁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 전 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혼탁·불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체류 등 이유로 총회 참석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조합원이 아니라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부재자투표 대상에 대해 거주지 제한을 두는 것을 지난해 초안에서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9일 본격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전부 개정안은 '부재자 투표(서면의결)'에 대해서는 조합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성립되려면 조합원들 절반 이상이 직접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해야만 한다. 따라서 부재자투표에 조합원 절반 이상이 참여하더라도 총회 참석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시공사 선정 총회는 무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부재자투표가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한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총회참석 인원이 미달이면 부재자 투표에 아무리 많이 참여했더라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며 "혹여라도 부재자 투표 명부가 유출된다면 악용의 소지도 있고, 부득이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들을 위한 제도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원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