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브랜드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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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브랜드의 늪'

원영미 경제과학부 기자

  • 승인 2018-04-16 10:03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1
경제과학부 원영미 기자
"대기업 아파트 브랜드를 믿고 선택했는데, 저가 마감재에 층간 소음재도 형편없고 속이 터집니다. 아무리 불만을 제기해도 시공사는 요지부동이고 아파트는 하루하루 올라가고 있어 답답합니다."

지난해 분양했던 대전 서구의 재개발단지 아파트를 분양받은 A 씨는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그냥 쉬쉬하다 분양권 팔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빨리 바로잡아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 입주예정인 이 단지는 1102가구 중 866가구가 일반 분양이고, 조합물량은 236가구다.

일반분양자가 조합물량의 3배가 훨씬 넘지만, 시공 관련 권한은 모두 조합에 있다 보니 갈등이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분양 당시 인근의 다른 아파트보다 비싸 고분양가(3.3㎡당 930만원대)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문득 '브랜드'라는 것의 정의가 궁금해졌다.

사전적 의미의 '브랜드(brand)'란 생산자가 제품을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특한 이름이나 상징물을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엔 그 자체로 '명품' 또는 '특별함'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명품이란 그 값어치를 할 때 비로소 장인정신이 담긴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다. 돈 들인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명품이 아니다.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내걸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완성품이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면 브랜드라고 불려야 할 이유가 없다.

전화기 너머로 분통을 터뜨렸던 그 입주 예정자 역시 브랜드만 믿고 집을 샀다 형편없는 품질(퀄리티·quality)에 실망감이 컸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대전 재개발 사업장이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브랜드 전성시대다. 하지만 집을 짓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보다 퀄리티가 아닐까. 대전의 건설사 관계자의 말처럼 "하나를 지어도 제대로" 짓는 것이 정석이다.

대전 도마·변동 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놓고 벌어지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건설업계는 물론 대전시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선택은 조합원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브랜드의 늪'에는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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