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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바닥에 대고 눌러서 자국을 내다'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장을 찍는 것도 그렇고 비록 바닥에 대고 누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국이나 형상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사진도 '찍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찍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 결과로 무엇인가가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을 쓸 때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찍는 행위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하나의 '끝' 또는 '결론' 혹은 '마침'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한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고, 이렇게 마침표가 찍힌 문장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완성된 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쓴 완성된 글의 마지막에는 늘 마침표가 있습니다.
아무튼 중간에 있는 문장에도 마침표가 있고, 그런 문장들이 모아져서 완성된 글의 마지막에도 마침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문장에 있는 마침표와 글의 마지막에 있는 마침표는 사실 표기나 표현이 동일합니다. 그런데 글의 마지막에 있는 마침표의 의미는 내게 좀 색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크기나 표기나 표현이 동일한 마침표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마지막에 '찍는' 마침표는 의미에서 다른 마침표보다도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종의 버릇 같지만 글의 마지막에 글을 완성하면서 '찍는' 마침표는 다른 마침표보다도 힘을 주어 찍게 되니 말입니다. 요즘 글을 쓸 때는 원고지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글을 다 쓰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서 자판의 '엔터'키를 쳐야만 글이 완성된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글의 마침을 의미하는 '엔터'를 힘주어 치기도 합니다.
글의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던 아니면 자판의 엔터를 힘주어 치던 이런 행위와 그 의미는 하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완성은 많은 마침표로 써진 문장들과 많은 엔터키를 통해 쓰고 만들어진 작은 문장의 완성들이 모여져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표가 빠진 글은 미완성의 글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다가 마침표가 빠진 글을 읽게 되면, 마음속으로 글을 쓰는 분이 의도적으로 마침표를 빼고 쓴 글이라고 이해하지 않고 실수로 마침표를 잊은 것이라고 이해하고 스스로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일상생활에서 같은 글을 쓰면서도 마침표를 찍지 않는 글을 우리는 흔히 보게 됩니다. 이런 글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핸드폰으로 보내는 문자 메시지가 그런 경우입니다. 나 역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문자를 읽는 분도 마침표가 빠졌다고 지적하거나 실수로 빠트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자 메시지에 매번 마침표를 찍어서 보내게 되면, 융통성도 없고 빡빡한 소위 '아저씨'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마침표를 찍지 않고 또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 것 자체가 다소 생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다보면 때때로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마침표를 찍는 것이 비단 글을 쓰는 경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생각을 하거나 또는 어떤 상황을 종료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어떤 시점에 그에 대한 마감을 해야 하고 그렇게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물론 마침표를 찍는 것이 반드시 자발적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완전하게 완성되지 않은 일이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발적이 아닌 어쩌면 조금은 강제적으로 종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아쉬움도 남고 조금은 찝찝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가 되었던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했던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면 그것을 종료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감을 한 것이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마감을 한 것 자체에 안도하기도 하고 고마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완성된 글이 여러 가지의 마침표가 있는 문장이 모여져 완성되듯이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의가 되었던, 타의가 되었던 아니면 불가피하게 마침표를 찍어야만 하는 경우가 되었던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마침표를 찍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우리 삶의 과정에서 마침표가 없는 끊임없는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면, 아마도 그것은 미완성의 단계가 지속되어야만 하는 어쩌면 혼란과 지루한 상황의 연속이 되어버릴 공산이 클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단계에서 하나하나의 과정을 비록 완전한 완성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은 마침표를 찍어서 정리하고 종료하는 것이 다음의 과정을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와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 처해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 보면, 크고 작은 일과 상황들 중에서 지금 당장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도 있고,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고 잠시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곳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쉼표를 찍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호흡에 무리가 간다면 그것은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쉼표보다는 마침표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삶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듯이 우리 사회에도 마침표가 필요한 것이 무수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마침표를 힘주어 자국이 남도록 찍어야 하고, 그 마침표를 바탕으로 다음의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또 주말입니다. 이번 주말에 내 자신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마침표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현재를 정리하는 것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동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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