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바람직한 마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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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바람직한 마을잔치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4-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일요일 집 앞 벚꽃거리에서 마을잔치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좀 길지요. '흥룡 가마놀이 재연 벚꽃축제'입니다. 한주 전 주말 벚나무에 꽃망울만 보여 잔칫날 절정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지요. 한 삼일 기온이 상승하자 만개 했다가, 봄비에 그만 잎이 파랗게 돋아, 꽃이 화사한 함박웃음 잃더군요. 한 낮 기온이 10도도 안되고 바람은 왜 그리 불던지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빛이 따가워 그늘 찾아 관람했지요. 자연의 심술이랄까? 변화무쌍한 위력에 놀랐습니다. 결코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 없다 다시 한 번 생각 되더군요. 을씨년스러운 날씨 덕에 행사 전체가 어설펐습니다.

행사내용이 주민자치센터 문화교실 피교육생들 공연, 기념식, 가마놀이, 노래자랑 순입니다. 마을잔치답게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식사 제공하더군요. 육개장과 떡, 과일을 준비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아 고마웠습니다.

양동길
행사장마다 의전으로 골치 앓기도 하지요. 얼굴 내세울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특히 선량들은 순서 가지고도 서로 다툽니다. 본행사보다 더 늘어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한 기관에 한명씩만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의회 의장만 소개하면 되지, 모든 의원 소개하고, 나와서 인사 한 마디씩 하고, 지루하고 눈살 찌푸리게 하지요. 정치행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무대예술처럼 본 행사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하지요. 굳이 알려야겠다면, 예전 장군기처럼 기를 만들거나 현수막 제작하여, 하고 싶은 말이나 이름 적어 보여주면 어떨까 합니다.

잔치는 기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즐기는 일입니다. 비슷한 말로 연회, 파티(party), 향연, 축제(festival), 축전, 문화제 등이 있는데, 혼용합니다. 잔치란 말은 백일잔치, 돌잔치, 아이들 재능잔치 외에 거의 사용하지 않더군요. 규모가 크면 큰 잔치라 하면 될 터인데 말이죠. 잔치 날에 음식, 음주가무, 운동을 비롯한 각종 경연 등이 함께 하지요. 사용하는 말과 관계없이 내용은 비슷합니다.



축제가 많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더러 봅니다. 아마도 난장, 무질서 등 부정적 측면만 보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난장이나 무질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천지개벽하던 원시로 돌아가 새로운 질서 창출과 의식제고에 기여하지요. 근대에는 생산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창조 시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지요. 사람과 신,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 개선이나 소통으로 사회유대를 강화하거나 사회통합 기능도 하지요. 유희본능 충족으로, 기쁨, 즐거움이 함께하고 평소 느끼던 긴장, 불안감 등 부정적 감정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 이념, 가치 등을 함께 즐기고 표출함으로서, 공동체나 집단의식이 강화됩니다. 출발점이었던 종교의례를 풍성하게 할뿐만 아니라, 전승 통로이기도 하지요. 생활여건 변화에 따라 커지는 문화향유 욕구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제 문화 그 자체를 향유하는 시점이며, 잔치가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조화로운 공간이 됩니다.

한가지, 서로 차별성이나 고유성에 유의하였으면 합니다. 잔치 유형을 살펴보면, 개인이나 소집단이 행하는 축하잔치, 잔치 기원이기도 한 종교잔치, 지역 특산품이나 먹거리, 명성을 주제로 한 명물잔치, 계절이나 절기, 특별한 일에 감사하고 기리는 기념잔치, 백일장, 시회, 각종 전시회, 음악회나 영화제 같은 예술잔치, 세시풍속이나 전통문화 전승 위한 전통잔치, 체육행사 위주 체육잔치 등이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거나 큰 잔치는 대부분 관이 주도하지요. 가능한 한 민간이 주가 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연히 특성화가 되지요.

어떠한 경우도 지역주민이 동참하지 않는 잔치는 의미가 없겠지요. 집단의식이나 정서, 환경과 동떨어진 잔치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대전시에서 '와인축제'를 준비한 일이 있습니다. 와인과 무슨 관계가 있지요? 포도생산이 많은가요? 와인이 생산되나요? 상대적으로 시민 다수가 즐기기라도 하나요? 지역정서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반대에 부딪히자 '음식축제'로 바꿨지요. 그마져 큰 호응이 없어 보입니다. 대둔산 수락계곡 얼음축제 등, 중국 '하얼빈 빙등제'나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를 흉내 낸 잔치도 더러 보이더군요. 우리지역에 눈이 1m 이상 오나요? 기온이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가나요? 흉내 내기도 피해야 하지만, 억지 잔치는 있을 수 없지요. 설령 잔치 벌려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함께 즐기는 것이야 동일하겠으나 잔치 참석한 사람이 주 행사에 참여하는 잔치와 보여주고 보기 위한 잔치가 있지요. 전통문화나 전래 세시풍속 잔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와 변함없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는 잔치는 전승이라 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것은 곧 생활이니까요. 사라진 과거 세시 풍속을 재현하는 것은 전통문화 속 의식이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한 잔치라 생각합니다. 가마놀이 보니 풍물과 함께 조그만 가마 두서너 대가 따라 돌고 제사 지내는 것으로 반시간 정도에 끝나더군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대요. 가마놀이가 일본에도 있지요. '교토 기온마츠리'가 그것인데요. 각양각색 호화찬란한 5층 높이 가마 32대가 등장하지요. 수만 명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재현합니다. 미래에 이동 수단으로 가마 탈일은 없잖아요? 의식만 전하고 보여주는 잔치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요. 잔치 기획자들이 이점을 깊이 고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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