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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성을 갖고 내린 판단이 언제나 최상의 결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과학을 통해 인류가 겪는 숱한 문제들의 원인이 인간의 완전하지 못한 이성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이성적 판단이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게 사실이다. 인류를 구원할 최후의 보루인 것만 같은 이성이란 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이성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풀기 위해 인지과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 위고 메르시에와 당 스페르베르가 흥미진진한 지적탐구를 펼쳤다. 책 '이성의 진화'는 이성이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도구라고 말한다. 데카르트는 자신을 '유일무이한 추론 능력을 지닌' 존재로 생각하고 개인의 이성에서 지혜가 나온다고 여겼지만, 그의 말대로 모두가 개인의 이성이 지시하는 대로 지혜를 발휘하기에, 인류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문제를 일으키며 다투기를 반복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이성을 잃는 걸 생각하면 이성의 가진 사회적 기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책은 이성의 딜레마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이성의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성이 혼자만의 더 나은 결정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제시한 견해와 논증을 평가할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진화됐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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