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
살롱 오페라 원년에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 두 작품이 동시에 상연됐고, 코지 판 투테는 피가로의 결혼에 이은 두 번째 이탈리아어 오페라 부파에 해당한다. '여자는 다 그래'로 번역한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말 자체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한 대사에서 유래했기에 제목과 내용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밀도 높은 심리 묘사에서 전통적인 코믹한 부파와 차별화되며 성격 묘사의 치밀함은 모차르트 음악으로 완벽히 뒷받침된다. 그중에서도 여성중창, 남성중창, 남녀 혼성으로 짝을 이뤄 앙상블로 노래하는 비중이 큰 것은 코지 판 투테를 다른 오페라와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기에 코지 판 투테의 음악적 성패는 바로 앙상블의 조화가 얼마나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연출가 이강호는 이러한 코지 판 투테의 특색을 살려 모차르트 음악이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레치타티보를 한국어 대사로 처리하고 동선과 연기의 강약을 조절해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원만하게 이끄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성악과 기악 앙상블에서 코지 판 투테 특유의 고상함과 우아함이 잘 전달되지 않았고 정밀한 음악적 일치가 쉽지 않아 보였다. 가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고무적이었지만 일부 캐릭터의 말하는 발성과 연기의 자연스러운 처리에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원작보다 줄였다고 해도 살롱 오페라로 보기에 지나치게 긴 공연시간과 산뜻한 인상을 주지 못한 무대장치, 굳이 등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공한 일부 합창장면에서 살롱 오페라의 기능과 취지를 돌아보게 한다.
살롱 오페라는 최소의 구성으로 핵심적인 오페라를 보여주는 데 목표를 두기에 원작의 과감한 변형과 기발한 연출이 필요하다. 코지 판 투테는 살롱 오페라 이름으로 그랜드 오페라를 좆느라 음악적 성취를 떠나 구조적으로 어정쩡한 모습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 대전예당은 하반기에 자체제작 대작 오페라를 하고 있다. 무엇이 관객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살롱 오페라 개념을 다시 정립해서 대전예당만의 다양한 살롱 오페라를 생산하는 것, 그것이 코지 판 투테가 우리에게 남긴 또 하나의 숙제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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