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시집 온 팜자응옥씨 가족. |
한국에 왔을 때는 여러 가지가 힘들었습니다. 시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시할머니, 시부모님, 남편과 아들까지 포함한 4세대가 같이 사는 것이었습니다. 세대 차이 때문에 갈등은 피할 수 없었고, 낯선 생활습관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낯선 음식 문화와 시할머니께서 짜게 드시는 습관도 문제였습니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식구들의 입맛에 맞춰 한국 음식을 배웠습니다. 아직 제가 만든 제 요리여도 한국 음식은 잘 맞지 않아, 입맛도 없고 살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음식이 제일 힘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소 외향적이어서 베트남에서 인간관계도 넓고, 좋은 직장도 다니고, 열정도 많았습니다. 남편을 따라오면서 저는 모두 포기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여기서는 친구도 없고 직장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온종일 집에서 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계속 있으면 우울증이 걸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니면서 대부분 나아졌습니다. 센터에서 한국어와 바리스타 공부도 하고, 나눔 봉사 활동도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어 능력 시험 5급, 커피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밖에 나와서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구한 것입니다.
지금은 충남대 국제언어교육원에서 강사, 학생, 자영업자, 공무원 등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면서 돈도 벌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고, 저의 모국 언어를 가르칠 수 있어서 아주 행복합니다. 베트남어 수업에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문화, 음식, 풍경 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마치 제가 베트남 대사가 된 듯싶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의 힘든 시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이 수기를 통해 제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도와주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줘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특히 제 남편과 아들이 용기와 힘을 줘서 고맙습니다.
팜자응옥(베트남)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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