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뉴질랜드가 1위(89점)로 가장 청렴한 국가로 선정됐고 덴마크가 88점으로 2위, 스위스와 핀란드·노르웨이가 85점으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84점으로 6위, 홍콩이 77점으로 13위, 일본이 73점으로 20위, 중국이 41점으로 77위를 기록했다.
몇 년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51.6%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기관에서 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부패뉴스는?'이라는 설문에 압도적 다수가 '위장전입, 편법증여,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등 고위공무원 관련 인사청문회'라고 답했다.
이러한 '국민 기피 1호 인사청문회 뉴스'는 적폐청산을 앞세우는 현 정부에서도 지난 정부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인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예외 없이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지도층에게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의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인 의무로 사용되는 이 용어는 지도층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 신분만큼의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일반시민과 달리 그들은 신분상의 지위로 인해 권력이나 명예 또는 부를 갖게 된다. 이들은 사회나 국가의 중요한 정책입안이나 결정 및 시행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기 때문에 국가나 국민 개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들은 토인비가 말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데 조직이나 사회 또는 국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지도층이 신분에 따르는 도의적인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는 국가의 영고성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347년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해안도시 칼레가 영국에 항복했다. 영국은 칼레시민 6명을 칼레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하겠다는 항복조건을 제시했다. 칼레시민 누구 하나 선뜻 시민 전체를 대신해 죽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이때 상위 지도층 중 한 사람인 외스티슈 드 생 피에르가 나섰다. 그를 이어 나머지 5명이 죽음을 스스로 자청해 처형됐는데, 그들 모두가 고위관료와 지도층 인사들이었다. 이들의 죽음으로 칼레시는 전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유래됐다.
영국의 경우 전쟁만 나면 이튼할로의 명문 고등학교나 옥스퍼드 같은 명문대학을 나온 귀족들이 일반 국민보다 앞장서 전쟁터에 나가 싸웠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영국수상을 역임한 이든 수상은 그의 전기에서 그와 동년배에 유능한 정치가가 유난히 적었던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그와 함께 전쟁에 참여했던 동년배의 수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맨 앞장서 전선에서 싸우다가 전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이 지방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누가 지방자치단체의 지도자들로 선출되어 지방과 나라를 이끌어 갈지 모두가 6월 13일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더 이상 지도자들 본인이나, 친인척, 주위 사람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부끄러운 역사가 단절되고 청렴한 지도자들이 선출되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이제 청렴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렴과 함께 화합과 통합의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이념, 세대, 빈부, 성 등으로 갈가리 나뉘고 찢긴 이 땅에서 각 지역 주민들을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절대 필요하다.
종신형을 받아 27년간 감옥에서 지낸 한(恨)과 응어리를 뛰어넘어 남아프리카공화국 개국 이래 지속됐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을 이뤄낸 청렴한 지도자 만델라와 같은 지도자들이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많이 선출되기를 학수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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