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 시장주의 환경에서 문화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개인적인 '복지' 내지 '행복'과 관련된 개념이라기보다는 어느새 산업과 연관된 핵심적인 용어가 되었다. 그리하여 문화와 예술을 말할 때 '문화산업'이라는 경제적 언어에 무의식적으로 관련시킨다. 정신주의적인 입장에서 문화는 순수해야 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의 상태를 고양시키는 기원적인 도구로서 기능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이론가 아도르노는 정신이 "시장에서의 판매 가능성을 지향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범주들을 재생산한다"고 주장하는데, 정신조차도 자본주의 경제의 도구로서의 성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예술과 문화 역시 사회적 성격 형성 구축의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화적 현실을 예술의 사회로의 개입이라는 적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21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이후 예술의 순수성은 다른 성격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회화나 조각을 비롯한 이전의 전통매체 예술이 사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아트는 탄생 시점부터 기술적인 확장성을 기반으로 공적인 성격을 획득해 왔다. 여기서 공공성은 궁극적으로는 공간적인 한계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동안 공간적으로 규정되어 왔던 문화는 시간적인 층위의 다양한 차원으로 개방된다. 모든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개인에게 가장 중대한 사건이듯 문화 역시 이런 방식으로 개인화된다. 이런 면에서 일반성의 차원을 포용한 개별성이 인공지능 이후의 문화적 속성이다. 개인의 시간은 다양한 삶의 계기들에 연결되어 확장과 축소를 넘나든다. 문화는 시공간 복합체의 차원에서 역동적으로 정의되어야만 한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포용하는 미디어 아트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개체적인 단위에서 안드로이드적인 혁명을 시작한다. 이런 혁명이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해주리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예술의 목적이 궁극적인 행복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현실이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의 출발점일 수 있을 것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정용도 미술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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