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대전봉산초 교장) |
현관 신발장을 열면, 필자가 유독 좋아하는 신발이 한 켤레 있다.
몇 년 전부터 신었던 캐주얼화인데 디자인이 멋져서 지금도 즐겨 신는다. 신발 매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앞쪽에 끈이 없고 막혀있어서 답답하고 무척 불편할 것 같아 보였다. 직원의 권유로 몇 번이나 신발을 신어보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신발의 옆모습이 무척 독특하고 멋지다' 라면서 전체적인 디자인이 좋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이 말은 망설이는 필자에게 선택의 결정타였다. 아내는 신발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옆면의 줄무늬 장식과 적당히 경사진 밑창, 뒤꿈치까지 말아 올린 다이나믹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민숭민숭한 앞부분과 역동적인 옆모습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도 그 신발은 여전히 디자인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매번 의사결정을 하면서 산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혼자의 생각보다는 공동의 생각으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때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으고, 설득하는 대부분의 토의·토론과정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타당성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두기 쉽다.
때로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수용하는데 무척 인색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부정적 비판이나 반대의견으로 생각하기 쉽다. 비록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일지라도 긍정적 입장으로 반영하고자 한다면, 필자의 옛 기억처럼 신발 앞부분의 불편함이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게 해 준 의견으로 인해 탁월한 선택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여러 유형의 적극적인 토의·토론 수업방식을 활용한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의 함양을 핵심적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의 상징으로 학부모와 교직원이 함께하는 각종 위원회가 많이 열린다. 그 동안 학교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탈피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는 긍정적 공동사고를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각종 협의를 진행하다 보면 개인적 소견이나 일부의 의견이 마치 전체의 의견처럼 왜곡되기도 하고,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공교육 불신의 시각으로 인해 때론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와 학부모, 서로 보는 면이 다를 수 있기에 갈등은 생길 수 있다. 조금씩만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도 그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사고의 폭을 넓히려 노력한다면 갈등은 그만큼 적어질 텐데 말이다.
김현수(대전봉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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