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6.25 죽미령 전투, 유엔 창설 후 최초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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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연의 산성이야기] 6.25 죽미령 전투, 유엔 창설 후 최초 참전

제40회 삼국의 오르내림길, 경부선길(1번국도)

  • 승인 2018-04-06 11: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4.죽미령의 포병
죽미령의 포병
< 직산(성환) > 사산성을 지나서 평택과 오산까지 1번국도변에는 태안의 독산성에 이르기까지 산성들이 거의 없다. 이 부분 주변은 지형상 거의 평지여서 산성의 입지가 양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국통일 이전에는 국경선이 아니었던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오산에서는 한양(서울) 방면 남북 교통로는 물론 당항성이 있는 남양만, 아산만 방면, 남한산성이 있는 광주(廣州) 방면으로의 과거 횡적 연결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산성 동쪽 교통로상 오산으로부터 죽미령 남쪽 인근에 조선시대 성환도상의 청호역(靑好驛)이 설치됐었다. 과거 성환도(成歡道)는 대체적으로 오산 성환-소사-성환-신은 방면으로 내려가는 바 청호역은 그 중간 경유역이었다.

춘향전 속 춘향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 급한 이도령의 사설에 등장하는 떡점거리(병점), 중미(中彌)고개, 오미장터(오산), 소사 등이 이 길 따라 났다.

4..죽미령초전기념비와참전국기
죽미령 초전기념비와 참전국기
독산성 답삿길에서 또 하나 빼어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은 전투 유적지는 동쪽으로 약 2km 가량의 거리에 있는 죽미령(현지명 세마고개, 죽미고개)이다. 이 고개는 양산봉과 반월봉(113m)이 마주선 사이 낮은 지역으로 경부선 철도와 1번국도가 통과한다. 원래는 얕으막한 고개였으나 지금은 거의 평지 수준이 됐으며 수원백씨 시조묘와 비가 기념관 맞은편에 세워졌다.



6.25사변 당시 한국은 파죽지세로 남침하는 공산군에 밀려 유엔에 지원을 호소했다. 전쟁 발발 3일 만에 유엔은 무력 저지를 결의하고 전투부대로 참가한 16개국을 위시, 30여 개국이 전쟁에 개입했다. 그에 앞서 전초부대로 미국은 일본에 주둔하던 미8군사령부 제24사단 2연대 소속 1개 포병대를 포함한 특수임무부대 스미스부대 540명을 선발대로 투입했다. 7월초 우중에 그들이 최초로 방어선을 구축한 곳이 바로 죽미령이다. 그러나 적에 대한 정보 부족 속에 적을 과소평가하여 경비 역할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 채 소규모 화력만을 소지한 그들은 40여 대의 탱크와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2개 사단의 적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7월 5일 죽미령 고갯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중대를 배치하여 저지선을 형성하던 중 8시경 T-34탱크를 앞세우고 고개를 올라오는 적을 향해 후방 수청리에 배치됐던 105mm 포들을 발사하는 동시에 박격포와 기관총으로 맞섰다. 그러나 워낙 적의 우세한 병력과 화력에 저지선이 뚫리고 우회해 들어온 적에 의해 후방 포부대가 붕괴되면서 겨우 벗어난 아군들은 부득이 안성 방어선으로 퇴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1/3이상인 110명의 사상, 실종 72명의 대 희생 끝에 결국 6시간만에 후퇴했다. 이 때 적들도 127명의 사상자와 탱크 6대가 파괴됐다.

4.죽미령전투전개도
죽미령 전투 전개도
그러나 이 전투는 유엔군 투입 전 조기에 전쟁을 끝내려던 적들을 지연시켰고, 아군들은 재정비하면서 후속부대 투입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공산군을 재평가하여 전술을 바꾸는 계기가 마련됐다. 3개월 뒤 낙동강 전투를 기점으로 북진할 때도 이 길을 거쳤다. 이 죽미령전투는 유엔 창설 후 최초 참전이라는 데도 의의가 있다. 현재 그 기념관(031-377-1625)과 탑이 고개 위에 건립돼 있고, 기념관 안에는 당시의 상황과 일지, 참전 부대원 명단이 당시의 물품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마당에는 탱크 등 무기들이 전시됐으며 16개국 국기가 펄럭이는 탑 옆에 스미스 대령의 기념수도 있다. 한국전 희생자 묘역과 기념관에서의 실감나는 참전용사 육성 증언을 들을 때는 저절로 눈시울이 젖고 마음도 숙연해진다. 평화를 수호한 고귀한 희생정신을 생각하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다짐케 한다.

참전비 인근 남쪽 금암동과 기념관 뒷산 너머 북쪽 외삼미동에 청동기 시기 지석묘군과 주거 유적지들이 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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