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 |
"편지를 쓰세요. 쓸데없이. 정보보다 필요 없어 보이는 듯한 정서를 전달해 보세요."
박준 시인이 대전 시민과 마주한 자리서 밝힌 '아름다운 말'을 느끼는 방법이다.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대전문학관에서 열린 초청문학콘서트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에서 박준 시인은 자신의 창작 과정과 일상을 설명하며 '편지 쓰기'를 강조했다.
박준 시인은 '편지 쓰기'에 말하기 앞서 "아름다운 문장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라며 "그 아름다움은 인위적으로 모아놓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말 속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시인은 "가족, 친구, 연인 같은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 나누는 말을 기록하면 논리적이지 않고 안 해도 될 말도 많은데 그 장면이 살아가면서 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말"이라며 "쓸데없는 말을 담아 쓴 편지 중에도 이런 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박준 시인은 아직 시집에 담기지 않은 시 낭독과 함께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해 설명한 뒤 시민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학콘서트 주제이기도 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와 관련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박준 시인은 "나에게 생긴 어떤 일로, 슬픈 일로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슬픔이 많은 사람들인데, 이들은 개인의 슬픔도 있겠지만 타인의 슬픔에 능통한 사람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일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슬픔을 내 슬픔으로 느끼는 사람, 그런 일이 자랑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박준 시인은 "작가가, 예술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은 예술의 명제다. 이건 어떤 금기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자율성을 의미한다"며 "많은 창작자가 '금기에 구애받지 않고'를 잘못 알고 있었는데 그 금기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이 생략돼 있는데 이것을 지운 분들이 많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100여명이 시민이 문학관을 찾아 박준 시인과 교감했다. 대화가 끝난 뒤에는 추첨을 통해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총 6권을 시민에게 나눠줬으며 사인 시간도 있었다. 임효인 기자 babas23@
시 낭독 중인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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