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이기도 한 정진영 작가가 쓴 두 번째 소설 '침묵주의보'에서 주인공 박대혁은 인턴기자 김수연의 죽음 이후 내면의 큰 갈등을 겪게 된다. 회사는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오너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봐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고, 내막을 알고 있는 구성원들 역시 행여 이 일로 불이익을 받을까 입을 닫는다. 대혁은 이들의 모습에 낙담한다.
그러나 대혁을 가장 괴롭히는 건 위선적인 자신의 태도다. 수연의 죽음에 대한 진실에 다가가면서도 "선배는 수연이 언니를 위해 자리를 걸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실 수 있으세요?"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다. 수연을 힐난하는 상사에게도 반론을 펴지 못하고, 되레 사건을 수습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게 인간사"라는 선배기자의 말을 통해 작가는 주름 가득한 우리 마음의 속살을 드러낸다. 대혁의 모습은 선인도 악인도 아닌 우리 자신이 되어 '당신이 대혁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공정한 사회를 이뤄가는데 힘쓰고 싶어 기자가 되는 이들이 많지만, 그 기자를 '먹여 살리는' 신문사는 조직을 위해 불공정한 행위를 무수히 강요한다. "기사로 학벌 타파를 외치면서 취재원을 학벌로 판단하고, 고고하게 권위주의를 비판하지만 철저한 상명하복 구조에 따라 움직이며, 열정페이를 고발하지만 인턴들에게 당연히 열정페이를 지급하는 곳이 이 바닥"이라는 문장은 기자인 작가가 직접 겪은 현실이기에 더 생생하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실화 같은 이 소설은 무사히 사는 게 우선일 수 있는 우리가 노력해 볼 수 있는 정의로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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