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글스파크에서 한화 팬들이 응원단의 치어리딩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사진 = 한윤창 기자 |
"이글스파크에만 오면 신이 납니다"
홈 개막 3차전을 찾은 한화 팬들의 올시즌 팬심은 '신명' 그 자체였다. 팀 성적과 별개로 응원 자체를 즐기려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팬들은 3시간 동안 자리에 서서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을 펼쳤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인데도 오전 11시부터 한밭구장에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화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다. 대학생 신 모(22) 씨는 "한화 응원가는 모두 귀에 착착 감기고 따라 부르기 좋다"며 "기다리는 게 지루하지 않다"고 밝혔다. 캐치볼을 하는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구 모(35) 씨는 "겨울 동안 야구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며 "본격적인 응원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낮 12시 관중석 입장이 시작되자 팬들의 어깨는 벌써 들썩이고 있었다.
관중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응원이벤트가 있는 1루석 쪽은 꽉 차 있었다. 선수 소개가 이어지자 팬들은 양손에 응원도구를 들고 환호를 보냈다. 팬들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한화 올드팬이라 밝힌 조 모(24) 씨는 "관전도 필요하지만 역시 한화 팬이라면 응원"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화 이글스 응원단은 새로운 시즌을 맞아 새로운 응원 컨셉을 추가했다. 한화 측 관계자는 "흥이 나기로 유명한 응원에 비장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그에 맞춰 응원가를 25개 추가하고 견제구 구호도 새로 바꿨다. 이날 처음으로 1루석 응원 단상에 선 오명섭 응원단장은 "한화 팬들은 다른 팀과 응원 열기가 사뭇 다르다"며 "팬들에게서 흥과 함께 비장함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응원 열기는 더해갔다. 팬들은 새로운 응원가와 율동을 익히며 선수를 응원했다. 경기 초반 안타를 친 양성우의 이름을 연호하고 삼진을 잡아낸 김재영 선수에 환호를 보냈다. 4회말 호잉이 솔로 홈런을 터뜨리지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관중석은 응원을 넘어 잔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몸 사리지 않고 춤사위를 선보이는 팬들의 모습이 전광판에 자주 비춰졌다.
이날 한화는 SK에 13;1로 졌지만 관중석 어디에서도 실망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계 명언처럼 대부분의 팬들이 9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 모(17) 군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응원을 즐기다 보면 성적은 언제가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9회가 마무리 된 뒤 연신 응원 구호 '최강 한화'를 외치는 소년들도 보였다.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의 환한 얼굴에는 응원에서 비롯된 '신명'이 가득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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