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새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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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새우숨

  • 승인 2018-04-02 11:23
  • 신문게재 2018-04-03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권득용회장-1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 /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두 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 볼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는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이해인 수녀의 '사월의 시' 일부

그렇습니다. 4월은 천지가 꽃 세상이지요. 따스한 햇살이 대지의 기도처럼 아지랑이로 피어오르고 온 나라가 봄꽃 축제로 한창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포토 홀릭에 빠진 사람처럼 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보고 싶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로 뒤덮인 뿌연 하늘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말이면 봄나들이 훼방꾼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등산, 마라톤, 야구경기장을 찾거나 가족나들이 등 취미생활을 포기한 채 집에서 TV나 본다는 것은 참 답답하고 따분한 일이지요.



그러나 '침묵의 살인자' 또는 '죽음의 먼지'로 일컫는 미세먼지는 이미 우리 생활에서 재난 수준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요. 특히 지난겨울은 전통적인 겨울날씨인 삼한사온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가 사나흘 계속되다가 기온이 오르면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패턴이 반복돼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환경이 바꾼 풍속도는 그뿐이 아니지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초미세먼지가 일기예보 때마다 '매우 나쁨' 이거나 '나쁨 수준'이라는 기상캐스터의 보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일뿐이지요.

사실 미세먼지가 환경문제의 이슈가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2013년 8월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시범예보를 하였으며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2015년 1월부터 규제를 시행하였지요. 그 전까지는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대부분 잘 몰랐습니다. 미세먼지 발생 메카니즘이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미세먼지 속 중금속 농도나, 중국의 춘절이 지난 후 칼륨 농도가 8배나 증가됐다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도 중국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증거가 없다면서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하여 항의조차 못하는 현실이 재앙을 더 키우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만,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 3월 27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 일본 수준으로 강화시켰습니다. 그러한 환경 기준은 정부가 국민건강에 대한 영향, 국제기준, 오염도 현황과 달성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하는 정책 목표치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가 따르는 규제기준과는 다르지요.

우리는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숨 쉴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 됩니다.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교수는 미세먼지 입자가 행여 허파꽈리에 들어가 박힐까 두려워 짧게 숨을 몰아쉬는 것을 '새우숨'이라고 했지요. 그러나 5월까지는 미세먼지로 인하여 숨 막히는 날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나 대안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세상과 푸른 하늘을 만들어갈 지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권득용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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