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우리가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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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우리가 사는 이유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3-30 11: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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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가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다소 뜬금없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만약 이런 질문을 받거나 혹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 분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분명 우리는 살고 있고 또 앞으로 살아가겠지만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고 사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것' 그 자체와 '어떻게 사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어찌 말하면 '삶'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떻게 사는 것'은 삶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삶'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 의미도 있을 것이고, 또한 '주어진 삶'에 대한 종교적 의미와 '삶'에 대한 교육적, 사회학적, 그리고 정치적 의미를 생각할 때 각각의 경우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삶'이라는 의미는 먼저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을 말할 때, '주어진 삶'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에게 '삶'이란 우리의 의지에 의해 자율적으로 만들었거나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는 다소 별개로 타율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이 비록 우리에게 타율적으로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생명의 탄생으로 우리에게 '삶'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자율적인 '삶의 영위'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그 '삶'에 대해 절대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삶'이란 비록 스스로 '삶'을 만들거나 획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삶'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영위와 그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인식은 '왜 사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산다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삶에 대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우리에게 '왜 삶이 주어졌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에게 삶이 주어진 이유와 그에 따른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와 목적에 따라서 아마도 우리의 삶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그것이 아마도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단서가 될 것입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던지는 '우리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실 엄격히 말하면, 그것은 학생들에게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가끔 살면서 느끼는 '왜 이렇게 살지?'라는 의문이나 '지금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 또는 반성이 결과적으로 '왜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스스로에게 성실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면, 그 동안 살아온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또 살아온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평소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이 즐겁고 기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간다면, 아마도 이런 질문이나 의문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나 의문이 드는 것은 아마도 현재 살고 있는 삶이 그다지 기쁘거나 즐겁거나 보람되지 않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어렵고 힘들고 또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 또는 비전이 보이지 않거나 불투명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왜 사는가?'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어떤 계획했던 일이 잘 안되거나 실패를 했을 때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왜 사는가?'에 대해 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모든 분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세우는 계획이나 목표는 인생 전체의 목표나 계획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때마다 추구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어떤 인생의 목표나 계획은 '왜 사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또는 어떤 직위나 지위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와 같은 목적이나 목표는 결코 '왜 사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이런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면 조금은 궁색한 변명 같지만, '잘 살기 위해서' 또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살기위해서'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런 답에 대해서 '잘사는 것이 무엇인가?' 또는 '행복한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못 사는 것'이나 '불행한 것'을 생각하면 분명하지는 않겠지만 '잘 사는 것'과 '행복한 것'에 대한 의미를 다소나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삶이 주어졌다면, 우리는 잘 살아야하고 행복해야 하는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잘 살아서 행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왜 사는 가?'를 생각하면,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개나리
사진출처=서대문구청 공식블로그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나 의미, 그리고 그 내용과 강도가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행복의 의미, 내용, 정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이유를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그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 할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그 행복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곳곳에서 봄꽃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처럼 우리 삶에 봄날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봄 향기를 맡으면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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