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끔씩 꺼내볼 추억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럴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 또한 가슴 아픈 일이다. 장순옥 토우 작품에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그러한 추억이 가득가득 담겨있다. 우리 고단한 삶속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살아난다. 너무 해맑고 순수하여 가슴 저린 모습이 예리한 작가 손끝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어느 면에서 보면,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인데서 출발하여 객관성을 획득해 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당시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인기작이 되는 것이고, 시대 초월하여 사랑 받으면 명작이 된다. 작품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체성(正體性), 독창성(獨創性)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체성은 작가만이 갖는 고유성, 시대성, 역사성이다. 장순옥 작품에는 그러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동시대 살아가는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과 미적 쾌감을 준다.
예술 흐름은 통합(統合)과 세분(細分)이 번갈아가며 일어나거나 감정이입(感情移入)과 추상충동(抽象衝動)이 반복된다. 지금은 통합 시기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장르 구분도 없어진다. 장르의 경계가 해체되어 무엇이라 명명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고, 보는 시각에 따라 장르를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나아가 예전엔 가볍게 다루어지고 대중적이었던 것도 예술 영역을 차지한다. 조소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빌(mobil), 스테빌(stbile), 앗셈블라주(assembage), 각종 설치미술, 키네틱(kinetic Art) 아트, 과학기술 활용한 복합매체 이용 등 어디까지가 조소이고, 조소라 불리는 것들이 전통적 개념과 부합되는지 애매한 것도 많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개념의 장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법이나 재료, 외형만이 작품 내면세계나 예술성과 전적으로 관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아 보이는 속에서도 꾸준히 심도 있는 탐구와 새로운 예술성이 추구된다. 창작 가치는 방법이나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식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나 형식을 이용해도 보는 관점이나 내용은 새로운 것이다. 장순옥 작업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미적 혼과 미의식, 가치, 시대상을 토우라는 예전 방법에 진중하게 담아내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시대 조각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따사로움이 석굴암 석불에는 있다. 동서양 미의식의 차이 일 수도 있다. 토우에는 따스함에 더하여 정겨움이 있다. 거기에 하나 더 무어라 단정하기 어려운 '어머니성'이 있다. 출산의 아픔과 즐거움, 양육의 희노애락, 아이들 성장통은 어머니만이 볼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특권이요, 빛나는 체험적 의식세계 중 하나다. 아이들 세계, 우리 남정네가 이해한들 얼마나 알 수 있으랴. 어머니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티 없는 순수와 맑음, 밝음, 신선함, 해학 등 아이들 세상이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그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장순옥 작품을 통해 여러분 누구나 순진무구해질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진한 감동, 벅찬 행복과 미적 쾌감이 충만하시길 기대해 본다.
위는 필자가 쓴 『하정웅 컬렉션 : 장순옥 작가 초대전 : 엄마, 뭐해?』 작품해설 부분입니다. 수림문화재단 기획전으로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 수림아트센터에서 전시회가 열립니다.
지역 작가가 서울 가서 전시하는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인데요. 전시 기간도 길고, 몇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안내합니다. 전시되는 작품이 흔히 볼 수 없는 토우라는 특별한 분야이고요. 국내 매세나(Mecenat)운동을 선도해가는 하정웅 컬렉션에서 열어주는 전시회입니다. 전시되는 작품 모두 컬렉션에서 영구 보존 한다는군요. 함께해 줄 많은 사람과 열띤 응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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