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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 청년들은 고달프다. 불황과 취업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청년 일자리가 줄어 대통령이 나섰다는 헤드라인이 신문 1면을 장식한다.
N포세대, 흙수저, 헬조선… 또 다른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름이다.
취업전쟁 시대를 거치면서 이젠 청년창업이 주요 화두로 자리 잡았지만 이마저도 쉬운 게 아니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사례처럼, 무조건적인 창업 장려와 창업자금 대출 지원만으론 경영에 서투른 '청년 사장님'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최근 대학들도 창업기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 푼이 아쉬운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부지원금 앞에 줄을 선다. 창업 지원금이 해마다 증가하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도 창업실적이 주요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생 창업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배움의 즐거움을 찾고 학문연구의 본질을 말하던 '상아탑'은 옛말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학들은 고육지책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지만, 일부 대학들의 '묻지 마 창업' 강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대학생 사장님'을 위한 대학 공간대여, 인력운용 비용 등을 지원받아 창업한 학생들이 실질적인 후속투자 연계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뜻은 좋은데 진화하지 못하는 창업모델에 대한 개선 지적이 크다.
실제로 인문중심 혹은 사범대 학생 상당수는 창업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대전권 A 대학의 경우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벤처 창업을 독려해 일부 교수들이 '우수 논문·연구성과는 포기한 거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B 대학 관계자는 "취업이 안되니까 창업에 열 올리는 거지요"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한다. C 대학 학생들은 교직원들은 안정된 직장 다니면서 왜 자꾸 청년들한테 창업하라 등 떠미느냐고 항의한다.
창업성과에 열 올리는 대학, 진로에 길 잃은 학생들, 실적만 따지는 정부.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다.
대학생 창업은 정부와 대학, 그리고 학생이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성과보다는 과정을, 실패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창업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청년창업 활성화를 약속한 바 있다.
나눠주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긴 호흡으로, 젊고 빛나는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는 '대학생 창업' 시스템을 기대해 본다.
고미선 교육미디어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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