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
정부 개헌안 초안에 세종시의 행정수도 명문화가 빠지고 법률에 위임하는 안이 포함되었다. 그 이유는 '추가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쉽다. 물론 국회 안이 도출되면 대체하게 되어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국회의 사정상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사람으로 말하면 머리만 너무 큰 가분수(假分數)를 없애고 균형 잡힌 몸매와 건강한 신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국을 고루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가능한 국토를 '한계생산력 균등의 법칙'에 접근시켜 국부를 최대한 증대시키고 전 국민의 생활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행정수도를 완성한다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의 목적만은 아니다."
인구와 자본과 정보가 권력이 집중된, 지금의 행정수도인 서울로 몰려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과밀의 폐해'가 나타나 수도권은 거대한 공룡이 되어 가고, 지방은 '소멸의 폐해'가 나타나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의 형국을 맞고 있다. 수도권 집중의 블랙홀인 행정수도가 세종시에 제대로 정착되면 사람과 자본과 정보가 서울의 일극(一極) 중심에서 세종시와 전국 혁신도시를 향해 다극(多極) 중심으로 나아가면서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전 국토를 고르게 활용하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먼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도로, 상하도 등 엄청난 사회간접자본의 건설 및 유지비용의 절약으로 천문학적인 비용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절감 예산으로 청년 일자리 및 복지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며 서민들의 주거도 훨씬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다.
간혹 남북통일이 되면 행정수도를 국토의 중심으로 옮겨야 하고 그 위치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더 북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국민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회, 중앙정부는 주민센터처럼 일반국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니며 직접 업무를 보는 곳도 아니다. 세계의 어떤 나라에서도 행정수도가 국토의 정 중앙에 위치한 나라는 없다. 오히려 물류비용을 줄이려는 자연스러운 역학관계에 의해 중앙에서 비켜 나 주로 해안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워싱턴, 영국의 런던 등 모두가 그렇다.
이제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은 누가 뭐래도 불가역적(不 可逆的)이다. 국가행정의 난맥상과 재정적 낭비를 더 이상 방관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분란의 새로운 씨앗을 잉태할 수 있는 법률위임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법률은 국회에서, 헌법은 국민투표에 의해 제정·변경이 가능하다. 수도이전을 법률에 위임한다면 더 많은 문제가 야기 될 수도 있다. 수도의 유형과 위치, 유형에 따른 이전기관의 종류와 수 등이 추가적으로 논의될 경우 사회적 합의는 더욱 어려워진다.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재앙으로 다가오기 전, 이 시점에서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14년 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판결을 내릴 때와는 달리 국민의 다수가 '행정수도는 세종시'라고 인식하고 있고, 국민투표가 진행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수도를 법률에 위임한다면 국민적 '축복'을 '재앙'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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