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입장에선 ‘제값’을 받고 싶지만, 중개업소들은 활발한 거래를 위해 적정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많았던 매물이 자취를 감췄거나, 거래가 뚝 끊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A 아파트(84㎡)의 2월 거래 건수는 5건으로, 평균 매매가는 4억 8740만원이다.
매매 건수와 평균 거래가보다 주목할만한 건 실거래가로 5억원을 신고한 매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2월 마지막 주에 거래된 13층(84.93㎡)으로, 복층을 빼고 5억원을 찍은 건 처음이다.
이를 시작으로, 3월 들어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로 평가받는 동의 물건이 5억 5000만원에 계약했고, 대로변 물건도 5억원에 거래 신고했다는 게 일부 입주민의 얘기다.
한 입주민은 “입지나 인프라 측면에서 최고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그동안 거래가가 낮았다”며 “이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매매가 안 될까봐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까지 4억 7000∼8000만원에 거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입주민들이 중개업소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물건을 다시 거둬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중개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가격만 올려놓고 거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탄탄한 매매가 상승을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근의 B 아파도 유사한 사례가 많았다.
이 아파트는 A 아파트 못지않게 입지와 인프라를 강점으로 매매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A 아파트 입주민들조차 ‘거품’을 얘기할 정도다. 하지만 B 아파트 역시 입주민과 중개업소 사이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
한 입주민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중개업소들이 상한선을 정하다 보니 입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진 적 있었다”고 했다. 일부 입주민과 중개업소 대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갈 정도로 시끄럽기도 했다는 건 웬만한 입주민들은 다 아는 얘기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등에서는 소송으로 치닫는 사례도 많다”며 “물론 담합을 통해 가격을 부풀리는 일도 적지 않은 만큼, 매매가 형성과정에서 입주민과 중개업소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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