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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지역 업체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까지 대기업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사례는 6곳(단독시공 제외)이나 된다.
도마·변동 8구역(1881세대)은 대림산업과 한화건설, 문화8구역(1781세대)은 GS건설+SK건설, 탄방1구역(1974세대)은 GS건설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했다. 나머지 3곳은 대림산업이 계열사와 함께 수주한 법동1, 탄방2, 용운1구역이다.
애초에는 경쟁사 관계였다. 하지만 사업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문화8구역처럼 하루아침에 손을 잡고 다른 경쟁사를 물리치기까지 한다.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 신청을 받은 도마·변동 3구역 역시 GS건설과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이 한팀을 꾸려 도전했다. 최근까지 컨소시엄에 들어간 업체는 지역에서 계룡건설이 유일하고 금성백조는 1건도 없다.
지역 업체가 함께 참여하면 용적률 5%를 더 주는데도 대기업들은 지역 업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는 용적률에 따른 수익성보다는 홍보 효과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정비사업지가 넓고 세대수가 많다 보니, 대기업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추세다.
경쟁사와 손을 잡으면 입찰단가를 낮출 필요가 없는데다 미분양 위험부담도 나눌 수 있다.
또 대기업끼리 뭉쳤을 때 시너지 효과와 마케팅을 노린 계산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사업주체인 조합원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에 사는 A 씨는 "인근에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보다 가격상승 속도가 더뎌 혹시 브랜드 차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입주 후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나면 시공사가 여럿인 만큼 책임을 서로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단지 내에서 구역별로 시공사가 달라 품질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입주 후까지 생각한다면 대기업 브랜드가 마냥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몇 개의 브랜드가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내면 좋겠지만, 네이밍 과정에서 협의가 잘 안되면 오히려 특색 없는 아파트로 전락할 수 있다"며 "무조건 대기업이라고 선호할 것이 아니라 하자 없이 잘 지어줄 건설사를 선택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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