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인 21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죽전리에 활짝 핀 홍매화에 눈이 쌓여 있다./경남 거창군 제공 |
엊그제는 춘분인데 눈이 내렸다. 집 앞의 산과 주차장이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자연에는 사계절(철)이 있는데, 철이 안 든 인간은 많다지만 가끔은 자연도 철이 안 든 모습을 보여준다. 시나브로 겨울이 떠나가고 있다. 가끔은 심술을 부리고 있지만 이제는 그럴 기운도 없어질 것이다. 제 역할을 다한 겨울이란 녀석은 휴식을 취하며 충전을 할 것이다.
겨울을 탓하며 춘분에 내린 눈송이를 털어낸 개나리가 웃으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빨리 오겠다던 봄을 미워하고 탓하던 눈송이는 봄을 위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서로 탓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서로를 위해 웃고, 서로에게 줄 것을 찾는 모습 예쁘다.
계절에 맞게 이제, 따뜻한 봄이 우리의 곁에 다가와 재잘거린다. 아지랑이 자유롭게 피어오르고, 새싹은 고개를 빠끔 내밀어 밖의 동정을 살핀다. 산 속의 새들 움직임이 빨라졌다. 제비도 우리에게 올 준비를 할 것이다. 꽃과 나비, 벌은 봄 소풍을 나올 것이고 새 학년이 된 학생들과 입학을 한 아이들은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나는 봄이 되면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란 시가 떠오른다.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그리고 '항상 꿈을 지녀라' '항상 새로워라' 말씀하시는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남 탓을 하면 안 되느니라, 어려운 남에게 잘 해야 하느니라.' 그렇게 항상 말씀하신 어린 시절 그분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내게 그 영향력은 크다. 지금도 내 삶의 지지대가 되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군가 이런 말씀을 해 주신 분이 있는가. 좋은 말씀을 듣고 자란 사람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했을 것이다. 대상관계의 대상의 복이 있는 분들이니까. 이 시는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어린 시절 그분은 선생님일 수도 부모님일 수도 뒷집 아저씨일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이나 라디오에서 만난 그 분일 수도.
'부지런해라. 꿈을 지녀라. 새로워라' 힘이 되는 시어들 마음에 새길 일이다. 어떤 분은 본인이 아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소리라고 하셨고, 어떤 분은 명령조의 말이라 기분 나쁘다는 분도 있었지만 기분 좋고 기분 나쁨, 생각은 자유다. 시를 읽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한다면 그것이 시 치유가 되고 자기 성장이 되는 것이다. 봄에는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 시가 내 스승의 언어가 된다. 해마다 시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또한 지금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어린 벗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따뜻한 봄에 남을 탓하기보다는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 안 가득 담기를 바란다. 우리 미래의 어린이, 학생들이 부지런하고, 꿈을 갖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길 바란다. 어른들 탓 안하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럴수록 어른들의 사랑과 성찰의 노력이 요구된다. 혹시 남의 탓을 했더라도 바로 알아차리고 내면을 돌아볼 줄 알면 된다. 지금 우리 마음에 남의 탓 안 하는 따뜻한 봄은 오고 있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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