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글을 쓰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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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글을 쓰는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3-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원고지
게티 이미지 뱅크
많은 분들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무상 불가피하게 글을 쓰는 경우는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는 문서의 양식에 맞추어 쓰면 되지만, 개인적으로 편지를 쓴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글을 쓰는 것을 망설이게 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글을 쓰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학교에 가서는 글을 통해 공부를 하고 글을 써서 평가를 받고, 또 글로써 일을 하고 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살면서 어떤 종류의 글이 되었던 끊임없이 글을 써야만 하고, 글을 쓰지 않고 살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와 글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쓰는 글은 공부한 것을 글로 정리하고 그것을 답안이나 보고서 등의 형태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졸업한 후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업무수행계획 등 취업에 필요한 글을 써야만 합니다. 이런 글을 통해 취업을 하게 되면 업무에 필요한 제안서, 기획서, 평가보고서 등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글을 또 써야 합니다. 또한 업무와 관련된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또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글을 쓰기도 합니다. 물론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지만, 말과 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형태 그리고 내용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써야만 하고 글로 표현해야 하는 것들이 따로 있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비록 말을 하는 내용이나 형태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연설이나 발표라고 하더라도 어쩌면 상대를 앞에 두고 직접 또는 간접 그리고 때로는 묵시적인 형태의 쌍방소통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대부분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 분위기 등을 고려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말의 표현이나 내용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직접 보이지 않는 상대를 대상으로 표현되어진 글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는 어쩌면 일방통행의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과 글이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과 글의 이런 차이가 흔히 말을 잘하면서도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글은 정말 잘 쓰면서도 말을 잘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고 못하는 경우를 일반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가에 따라서 말을 잘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 말을 잘하면서도 어떤 대상이나 상대와는 전혀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의 경우와 같이 글을 쓰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쓰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등은 정말 논리적으로 잘 쓰면서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글은 단 한줄 쓰기도 어려워하는 경우도 흔하고, 또 이런 글을 썼을 경우 그 글을 읽는 상대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과는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말하는 것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학생들이 그 동안 어떤 형태나 어떤 종류가 되었건 많은 글을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늘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채용방식이 소위 블라인드 채용의 형태가 대부분이라서, 학력이나 성적, 스펙 등이 채용의 기준이 아니라 지기소개서, 업무수행계획 등 500자 내지 1,000자로 표현된 글에 대한 평가가 채용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의 글에 자신을 정확하게 그리고 충분히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글을 잘 쓰는 것이 말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학생들이 느끼는 글쓰기는 자신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그 만큼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잘 쓰는 방법이 과연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나도 내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 동안 연구논문, 칼럼 등등 정말 많은 글을 써왔지만, 솔직히 말해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 글은 없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는 것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두려움이나 거부감이나 망설임 없이 그냥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쓴다기보다는 내 스스로에게 쓰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사문제에 대해 칼럼을 쓸 때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내 주장을 나에게 스스로 던지면서 그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을 나의 생각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물론 내가 쓴 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생각이나 주장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반대의 생각을 의식하지 않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통해 표현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생각이나 주장도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내가 쓰는 글도 존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의도적으로 글을 잘 쓰려고 한다면 아마도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려고 시작하는 글쓰기는 아마도 끝을 맺기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의도적으로 글을 잘 쓰려고 시작한 글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잘 쓴 글'이라는 자신감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쓰려고 쓰는 의도적인 글이 아닌 그냥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글이 어쩌면 살아 있는 글이 아닐까라는 조금은 근거 없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글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쓰는 그런 글이 거칠고 투박하게 표현된 글이라고 하더라도 더 중요하고 소중한 글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업무상 써야하는 기획서, 계획서, 보고서 등은 비전과 목적 및 목표, 실천전략, 수행계획, 평가와 환류 등 일종의 정형화된 논리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글은 소위 '살아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우리의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글은 이런 정형화된 논리적인 글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위한 그래서 스스로의 글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말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주말입니다. 이번 주말 단 1시간만이라도 자기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위한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을 한 번 써 보시면 어떨까요? 바로 그 글이 우리에게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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