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寶고庫' 란 상호를 가진 한식뷔페 식당이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걸린 액자 글씨 '덕분입니다'가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여러 음식점을 다녀보았지만 처음 보는 액자 글씨여서 그런지 많은 생각을 반추(反芻)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음식점 주인은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차원에서 영업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식당 분위기도 아늑하고 편안하게 하는 인테리어여서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식당의 음식은 전통발효 자연밥상 뷔페음식이었는데 맛있고서도 정결해서 좋았다. 거기다 감칠 맛 나는 교양미와 다소곳함이 묻어나는 중년 부인은 이 집 주인으로 보이는데 친절한 안내와 미소로써 그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요새는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대로 된 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친환경, 유기농, 효소가 많이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제철 재료를 가지고 건강 식단을 그럴싸하게 차린 음식점은 찾기가 쉽지 않다.
채식 위주의 '맛보寶고庫'의 음식은 겉보기에 화려하지도 않고 맛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옛날 맛으로 이 그릇 저 반찬에 손이 자주가게 하는 음식들이었다. 거기다가 60가지에 이르는 전통발효 효소로 만든 자연식단의 정직한 맛은 참 잘 왔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 요즈음은 연세가 드신 어른들 세대일수록 옛날 어머니들이 차려주시던 밥상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것이 다반사(茶飯事)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 있는 어머니만의 밥상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밥상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올 듯한 이 공간 저 테이블을 살펴봐도 다소곳한 정감의 목소리 주인공들의 수저가 기능 다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다. 도란도란 소리를 반주삼아 담소로 양념한 것 같은 이 얼굴 저 낯의 감칠 맛 나는 표정들은 하나같이 진수(珍羞)와 성찬(盛饌)의 만남에서 오는 즐거운 표정들을 놓칠 줄 몰랐다.
'맛보寶고庫'의 식사 자리는 예사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과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었지만 돈으로 거래할 수 없는 단어 '덕분입니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하며 사는 주인의 긍정적 사고가 액자 글씨 '덕분입니다'에 숨어 맥이 뛰고 있었다. 예정에 없는 슬기와 삶의 이치가 깨달음으로 오는 자리였으니 이 어찌 예사 자리라 할 수 있으랴!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끙끙대도 깨닫지 못하는 소중한 것을 구수한 숭늉에 좋은 음식 먹으며 사사(師事)받은 사람처럼 돼 버렸으니 가슴 뭉클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언어생활에서 '덕분에'와 '때문에'가 들어 있는 말을 많이 하고 산다. 무감각하게 대하면 별 차이가 없는 말 같지만 어떤 단어를 쓰고 사느냐에 따라 결과로는 행·불행의 희비(喜悲)가 엇갈린다. 두 단어가 인과(因果)에 공통성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어 사용 뒤에 오는 결과는 엄청난 희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덕분에'는 행복과 성공을 동반하는 단어이지만 '때문에'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때문에'를 즐겨 쓰는 사람은 원망과 미움이 수반(隨伴)되는 불행과 실패가 복병으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불행과 실패를 싫어하고 행복하게 살며 성공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언어생활에서는 '덕분에'보다는 '때문에'를 즐겨 쓰고 있는 현실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성공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덕분에'를 즐겨 쓰는 현명한 사람들이 많은가 하면 실패 후에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은 '때문에'를 입버릇으로 달고 있어 남을 원망하고 불평한다. 뒤끝이 불행의 그늘애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너 때문에, 엄마 아빠 때문에, 친구 때문에, 상사 때문에, 가난 때문에, 몸이 허약하기 때문에, 못 배웠기 때문에' 등의 말 뒤에 '내 신세 망쳤단 말이야. 아니, 내가 요 모양 요 꼴로 산다는 말이야.'
모두가 자신의 처해 있는 상황을 다른 사람이나 불만족한 여타의 여건 때문이라고 남을 원망하고 탓하며 불평하는 사람들의 진상(眞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세계적 부호이며 사업가인 '내쇼날'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 같은 분은 그가 경영하던 회사의 한 직원이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물어왔을 때에 자신은 '세 가지 하늘의 큰 은혜'를 입고 태어났다고 대답했다. 그 세 가지 큰 은혜란 '가난한 것','허약한 것','못 배운 것'이라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사람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문을 하자.
자신은 가난하게 태어난 덕분으로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며, 또 허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도 일찍이 깨달아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써 90살이 넘었어도 40대의 건강을 유지한다고 했다.
거기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한 학력밖에 없는 덕분에 항상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받들고 배우는데 노력하여 많은 지식과 상식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불행한 환경은 자신을 그토록 성장시키기 위해서 하늘이 마련해준 시련이니 이 어찌 덕분이 아니며 감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한 일화 중에 알코올중독자였던 한 아버지는 아들 형제가 있었는데 자라서 형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동생은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일한 환경인데 의아스럽게도 형제의 위상이 대극적(對極的)인 모습이라서 그 사유를 물어보니 형은 자신이 아버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고 했고, 동생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변호사가 됐다고 했다.
말하자면 형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알코올중독자가 됐고, 동생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덕분에'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일화이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때문에' 화법을 '덕분에' 화법으로 바꿔 사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 서로에게 감사하며 사는 '덕분에' 의 위력을 알았으면 한다.
'덕분에'가 슬기로운 사람들만이 쓰는 전유물이 아니라 방자와 향단이를 비롯한 춘향이도 암행어사 박문수도 모두가 즐겨 쓰는 모든 사람의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 성공과 행복의 주인공은 삼한갑족(三韓甲族)의 전유물이 아니라 갑남을녀(甲男乙女)의 몫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점'맛보寶고庫'의 액자 글씨, ' 덕분입니다 '를 너와 나의 공유물로 삼아 우리 모두가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는 '때문에' 화법을 '덕분에' 화법으로 바꿔 쓰는 '맛보寶고庫'의 주인 슬기를 배웠으면 한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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