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치유와 회복의 작은 숲

  • 문화
  • 문화 일반

[김선생의 시네레터] 치유와 회복의 작은 숲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승인 2018-03-21 13:4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리틀 포레스트
작은 숲이 있습니다. 고향이라고도 부릅니다. 거기 시간이 고여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흘러와 미래로 가는 시간. 혹은 미래의 시간이 와서 현재를 과거로 밀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패한 현재의 시간은 미래마저 암담하게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혜원은 과거의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은 어머니의 품입니다. 누구든 가장 오래된 과거는 어머니의 뱃속일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혜원의 귀향은 연어의 회귀나 돌아온 탕자와 다릅니다. 그녀는 아직 젊고, 자신의 삶을 허랑방탕하지 않았습니다. 혜원은 도시의 삶과 어른 되기에 좌절한 상태입니다. 영화는 공간과 장소가 두드러지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물음은 성인으로의 입사의식과 관련됩니다. 즉 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직장과 결혼. 혜원의 좌절은 이 시대 많은 젊은이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분명한데 답은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도 답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휴식과 성찰의 공간을 마련합니다. 시골은 적적함으로 가득합니다. 북적이는 도시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하지만 심심하고 재미없는 시골에서 그녀는 관계 안으로 회복됩니다. 소비되고, 경쟁하며, 철저히 개인으로 고립되는 도시와 달리 귀향한 그녀는 자연, 사물, 사람들 속 존재가 됩니다. 때로 성가시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관계 속 존재감은 서서히 그녀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과거이자 미래인 어머니와 만납니다. 남편을 잃고 어린 딸을 길러온 어른 여자 어머니의 삶을 통해 미래의 시간으로 진입할 지혜와 용기를 얻습니다.

시골도 도시 못지않은 모순과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삶의 현실에 지친 젊은 혜원에게 밝고 빛나는 자연과 사람살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철 음식들의 향연이기도 한 이 작품은 고픈 배뿐 아니라 영혼의 허기도 달래줍니다. 고단한 청춘들이 삶의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어른으로 서는 일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다. 또한 그것은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스스로의 몫이기도 합니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상처 입은 젊은이의 시간을 치유와 회복의 작은 숲에 데려갑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옵니다. 춘분 날 아침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김대중 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