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제공 |
그러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이 왜 도로 위로 올라오게 됐는지를 따져본다면 동물은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니며, 로드킬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비극이 된다. 그들의 삶의 터전에 사람이 대책없이 길을 내고 달리자, 동물들은 살 곳을 찾아 목숨 걸고 도로 위를 건너는 것이다. 로드킬 외에도 낚싯줄, 전깃줄, 농약, 밀렵, 납치 등 사람이 저 편히 살겠다고 하는 행동이나 전문지식 없는 호의에 동물은 목숨을 위협받는다. 다행히 죽지 않더라도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해에만 10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책을 펴냈다. 조난당하고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후 재활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주 역할이지만, 야생동물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사람들에게 알려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도록 기록도 남긴다. 대표 저자 김봉균 재활관리사와 함께 글을 쓴 김영준, 김희종, 정병길, 이준석, 김문정, 박용현, 안병덕, 장진호, 이준우, 선동주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일 말고도 그들이 내는 소리 없는 외침을 사람들에게 대신 전하는 일이 자신들이 해야 할 중요한 몫이라고 얘기한다.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흉골이 부러진 바늘꼬리칼새, 지나치게 얇은 밭그물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했던 새매 등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구조'돼 영양 불균형에 처하게 된 새끼 너구리의 이야기는 섣부른 호의가 동물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야생동물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그 다음으로 목숨을 위협당하는 존재가 사람임을 우리는 알면서 모르는 척 하고 있다. 책은 그런 우리에게 야생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무렵엔 '이미 야생동물의 가장 위험한 천적이 되어버린 사람이지만, 도움의 손길 역시 사람만이 내밀 수 있음'도 알게 해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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