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다채로운 결혼식, 이것만은 지속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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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다채로운 결혼식, 이것만은 지속됐으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3-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통혼례450
꽃피는 춘삼월, 혼례가 많지요. 지난 주말, 6촌 동생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 아침부터 부산했어요. 막내 동생이 차 가지고 와서 함께 이동했습니다. 도로 사정 알 수 없어 예상 소요 시간 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어요. 가까스로 예식 시작 전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식장 전체가 축하객으로 꽉 들어찼더군요. 대부분 일가친척이 가족석에 보였습니다. 교육장을 지내신 큰 당숙이 당신 옆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테이블 돌며 인사드리고, 혼인하는 부부 행복 비는 덕담이 오갑니다.

결혼식이 시작되었어요. 주례가 주례사 하는데 원고 보고 읽습니다. 주례가 대법관 지냈다고 하지 않았어, 원고 보고 읽네. 대통령이 외교사절과 환담하는 데도 원고 보고 읽는 판에 이상할 것 없지요. 당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당연히 원고는 준비 하지만 보고 읽지 않는다더군요. 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사자 일생 가장 소중한 행사 중 하나인데 소홀 할 수 없지요. 실수 없도록 준비하고 원고 써 갑니다. 결혼하는 부부 귀에 주례사가 들릴 리 없지요. 원고 보고 읽지는 않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 서약서, 성혼선언문 사이에 끼워 건네줍니다.

앉아 생각해 보니, 요즈음 결혼식이 퍽 다채롭더군요. 주례 없이 하기도 하고, 부모가 대신하기도 하고, 신랑이 노래 부르는가 하면, 춤을 추기도 하더군요.

쉽게 변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계속되는 것도 있지요. 지금도 남아있는 고려시대 결혼 풍속이 있지요. '장가간다'는 말이 그것인데요. 처가에서 결혼식 올렸지요. 처가에서는 사위집(서옥壻屋)이라는 별체를 지어 맞이했는데요. 아이들이 자라는 일정기간 그곳에서 처가살이 하다 돌아왔답니다. 어려서 전통 혼례도 더러 보았습니다. 신부 집에서 혼례 치렀어요. 서양식 결혼식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바뀌지 않았었지요.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다르지요. 지금은 국제결혼도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 결혼식 올리고 배우자 고국에 가서 또 하나 봅니다.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고, 창의적 방법이나 방식으로 혼례 치루는 모습이 이상할 게 없지요.



다양한 방법으로 혼례 치르더라도, 주례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살면서 의논 상대, 동반자가 많을수록 좋지 않은가요? 그를 멘토(Mentor)라고 합니다. 물론, 부모도 계시고, 학교 다닐 때 스승도 계시지요. 다다익선(多多益善) 아닐까요? 삶에 조언이 필요하기도 하고, 상담해야 될 때도 있습니다. 세상이 모두 스승이지만, 지혜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의도하고 노력해 모셔야 할 판에 주례는 자연스럽게 아주 진지한 멘토가 될 수 있답니다.

필자 결혼식 주례는 서영훈(徐英勳, 1920 ~ 2017) 선생이었습니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흥사단 이사장, 한국방송공사 사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최고위원, 적십자사 총재 등을 역임했지요. 검소하고 바른 생활, 애국적 삶이 가르침이었습니다. 삶의 좌표가 되어주었음은 물론, 어려울 때나 소소한 몸가짐에 이르기까지 늘 의지가 되었지요.

또 하나 지속되었으면 하는 풍속은 폐백입니다. 신부가 시부모 비롯한 시댁 어른에게 드리는 인사지요. 요즈음은 신랑신부가 양가 가족에 모두 드리기도 하더군요. 혼인은 두 사람 만남 일뿐만 아니라 양가 만남입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상호 인사 나누는 일은 소중하지요. 살아보니 인사 나눌 기회가 거의 없더군요. 신혼부부가 안쓰러워 대충 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작 부모에게는 기회가 많아 다음에 해도 되지만 일가친척에게는 반드시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새 출발하는 모든 부부 무궁한 행복 기원합니다. 필자는 주례사에 앞서 시낭송 한편 해줍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낭송해 주는 시는 김춘수(金春洙, 1922 ~ 2004, 시인, 문학평론가, 국어학자) 시 「꽃」입니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 전문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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