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임경업 장군이 누이와 성쌓기 내기를 했다는 자미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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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임경업 장군이 누이와 성쌓기 내기를 했다는 자미산성

제37회 자미산성(慈美山城-경기도 평택시 안중면 덕우1리)

  • 승인 2018-03-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서남고개와 자미산성
서낭고개와 자미산성/사진=조영연
국도 39번(아산∼수원방면) 도로상 안중에서 북쪽 4km 정도 경계 오뚜기식품공장에서 좌회전, 공장 북편 담벼락 옆을 지나 원덕우마을로 간다. 그 서낭고개(혹은 琵琶峴) 우측 등산로로 산성에 접근할 수 있다. 표고 110m 자미산(일명 재미산) 정상부 능선을 둘러 축조한 테뫼식 석축산성이나 원래 석축은 지역의 제방공사(방조제)에 대부분 동원돼 현재는 삭토된 토벽부만 남아 거의 토축으로 보일 정도다. 외축 석재는 다만 서벽과 북벽 일부에 남은 막돌 자연석 부재, 뒤채움석들 일부만이 겨우 석축산성이었음을 확인케 한다.

정상부는 원형에 가까운 토축으로 내성을 이루고 그 아래로 산의 7∼8부 능선을 약 580여 m 가량 석축으로 감싸 외성을 형성, 내외 이중성 구조를 이루었다. 동쪽 능선 조금 아래에 자성 형식의 토루(土壘-副城)가 있다고 한다. 외성은 내성을 중심으로 닭발처럼 사방으로 뻗은 4개 능선들 사이를 각각 약간씩 안으로 휘어지게 연결했으며 계곡이 가장 큰 동벽은 활처럼 더욱 심하게 안으로 굽었다. 동벽과 남벽 안쪽은 폭이 약 오륙십 미터, 길이 백여 미터 가량 넓은 평탄지를 이뤘다. 그러나 현재 이 부분들은 민묘들로 가득 찬 상태다. 북서고 남동저의 지형에 대체적으로 동서 방향으로 길어진 장방형인 가운데 4개 능선 입구부는 능선보다 약간 높여 곡성 형태로 두껍게 축조됐다. 나머지 성벽들은 자연지형에 따라 능선들을 연결했으며 잔존 상태로 미뤄 삭토 후 편축했던 것이나 토벽 형태만 남았다. 정상으로부터 약간 낮은 아래 표고 80 내지 90m 위치에 조성된 외성은 능선 중심으로 남쪽 능선으로부터 서쪽 능선까지 남벽을, 서쪽 능선에서 북쪽까지 서벽을, 무성산으로 연결되는 북쪽 능선에서 동쪽까지 북벽을, 동쪽 능선에서 계곡부를 건너 남쪽 능선 사이를 연결하여 동벽을 형성하고 있다. 동쪽 능선은 민묘 조성 시 중장비의 통행로로 사용됐다. 외성보다 약간 돋워 조성된 내성은 폭 이삼십 미터 가량의 평탄지로 원형(圓形)에 가깝다.

능선으로부터 성내에 진입하는 각 지점들은 치성(곡성 형식) 형태를 취했다. 동쪽 능선 바로 좌측 포크레인으로 절단된 부분은 동문지로 추정되는데 민묘 조성 시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으며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주 출입로였을 것으로 보인다. 동벽 중간은 수구지였을 이 부분 하단부에 무너진 석재들의 일부가 산재했다. 면석이나 뒤채움석이 거의 소멸된 남벽 가운데 남문지가 있었다는 한다.

이런 토,석 이중성 구조는 초기에는 토축성으로 출발했다가 후대에 석축으로 보강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시설물은 심한 파손으로 확인이 어려운 가운데 동벽 안쪽과 더불어 성내에 여러 군데 남은 평탄지들에는 다수의 건물이나 시설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남벽 절단부에서 청동기시대 무문토기편들, 동벽 상단부 근처에서 백제시대 추정 타날문 경질토기편들이나 삼국-통일신라기 기와편들이 곳곳에서 채집돼 삼국시대부터 시작돼 고려시대까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도 곳곳에서 회색의 얇은 경질토기, 흑색토기, 선조문의 붉거나 검은 기와편들을 수습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화유적총람」에는 조선초 '임경업 장군이 누이와 성 쌓기 내기를 하여 이뤄진 것이 무성산성과 자미산성이라는 전설이 있고, 확실한 연혁은 알 수 없다'는 기록이 남았다. 다만 남양만, 아산만 등과 관련된 지리적 여건, 마한 이래 일찍부터 이 지역에서 삼국 간 치열한 투쟁을 벌였던 역사적 배경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이전으로 축성 시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지역에서의 전쟁은 비단 삼국시대뿐만 아니라 몽고군, 여말 선초 왜구들의 준동, 훨씬 후대 청일전쟁 시기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자미산은 비록 표고가 100m 조금 넘는 야산이지만 주위가 워낙 평야지대이며 정상이 넓어, 특히 양대 하천변이 두루 관측됨은 물론 서해까지 보인다. 그런 관계로 자미산성을 중심으로 주변에 북쪽 동일 능선상 무성산성, 남쪽 도로 건너 비파산성, 동쪽 강길리토성, 서쪽 석정리산성 등이 촘촘히 있다. 좀더 남쪽 아산만 방조제 바로 건너편 평택의 관문인 안성천 입구에는 기산리, 덕목리산성이 39번 도로 좌우에 배치돼 상호 연결 협력방어 활동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서쪽에는 해안 따라 올라와 한양으로 향하는 괴태곶 봉수(평택해군기지사령부 내 소재)가 세워졌었다.

자미산성의 진입구인 서낭고개는 과거 서낭당이 자리했던 곳으로 신적으로 영험한 장소인지 현재도 도 닦는 사람들이 좌선하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긋이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그들의 근엄한 모습의 갑작스런 출현에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자미쉼터
자미쉼터/사진=조영연
내성의 한 쪽에 상업용으로 보이는 간이 쉼터 현판이 '자미쉼터'다. 검은 나무판에 흰 글씨로 만들어 허공에 매달린 채 바람에 흔들거리는 작고 초라한 모습이다. 비록 지금 그 흔한 표지판 하나조차 얻지 못하고 무덤천지로 변한 퇴락한 존재지만 여기가 옛 자미산성 자리였노라고 일깨워 주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느 장수와 군사들이 기상을 떨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자미산이란 이름은 아마 城山의 뜻인 '잣뫼<잔미<자미'로 변화하면서 지명의 한자와 과정에서 유사한 음인 慈美로 음차하여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城山=잣뫼<잔뫼<잔미'의 변천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마을 이름에 따라 명명된 잔미성을 한자화 과정에서 유사음인 장미로 차용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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