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와 점 여섯 개로 이뤄진 말줄임표에 시선이 멎는다. 흔히 글에서 만나던 이 문장부호를 표지에 담은 책이 있다. 말줄임표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숨어있던가. 여섯 개의 점이 괄호를 방패처럼 두르고 슬그머니 말을 건네는 듯하다. 점 뒤에 가리워진, 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겠냐고.
소외된 것, 사라져가는 것을 아껴온 소설가 전성태가 45편의 문학작품을 선별하고 그에 관한 감상을 덧붙여 역사에 초대받지 못한 우리네 이야기들을 길어 올렸다. 『기타 등등의 문학』은 그가 '문학집배원'로 활동하며 독자들에게 부친 편지들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문학집배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문학포털 '사이버 문학광장'의 문학콘텐츠로서, 매주 시와 문장을 영상으로 제작해 이메일로 발송한다. 온라인을 통해 받아보지만 집배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예스럽고 따뜻한 기운을 타고, 글의 온도가 편지처럼 전해져 온다.
문학이 포괄하는 세계관을 소설가의 시선으로 깊숙이 포착해 낸 이 책에서 그는 지하철 선두의 어두운 방에 홀로 앉은 기관사의 사연을 첫 작품으로 소개한다. 시운전으로 90킬로미터, 미친 속도를 달려본 기관사는 우리가 지나치게 속도에 휘말려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작가는 우리가 '점점 가속되는 속도의 계몽에 올라앉아' 있음을 자각하고 '우리들의 부지런은 우리를 어디로 실어가는 중일까' 곰곰이 생각한다.
4부에 걸친 애정어린 시선은 성석제의 <위풍당당>으로 맛있는 소설을, 김애란의 <서른>으로는 고독하지만 '예쁜' 서울을 담는다. 김서령의 <어디로 갈까요>를 통해선 매운 삶에 건네는 따뜻한 악수를 전하고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로 살아남은 자의 절규에 미안해한다.
45편의 작품을 엮은 작가는 '한 대목을 잘라서 전하느라 작품에 누를 끼치기도 했을 것'이라고 인사부터 건넨다. 그들의 작품을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렇게 한 풍경 담아다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을까.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