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자씨름 팀 제공 |
대덕구 한남생활체육클럽 2층에 있는 한 연습장. 기합을 한데 끌어모은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기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여자 씨름 선수들. 연습도 실전처럼 펼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2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대전여자씨름' 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팀은 여자 선수로만 구성돼 있다. 대전여자씨름 동호회는 현재 10명의 선수가 주가 돼 씨름을 하고 있고 '대학연합뒤집기' 대학생 팀까지 합세해 약 20명의 선수가 훈련과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여자씨름' 조기찬(45)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이 씨름을 즐기고 사랑하는 애착심으로 모여 만들어지고 이어지고 있다"며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여자 씨름 대회에 출전해서 체급별로 꾸준히 메달을 따내고 있다"고 팀을 소개했다.
선수들과 감독은 '대전여자씨름' 팀이 운영되면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대학 선수를 지도해도 취업, 결혼 등으로 빠지는 '인력난'이 컸다. 또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종목인 만큼 재정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 팀은 '열정' 하나로 극복해 왔다. '샅바를 잡는 그 순간의 전율', '상대방의 기술을 받아칠 때의 쾌감'을 위해 선수들은 연습부터 대회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한 선수는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만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의 역량도 크다. 초등학생부터 씨름을 접하고 체육학박사까지 딴 조 감독은 대전 동구에서만 진행되는 씨름대회를 서구까지 진행할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전 여자씨름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열정으로 뭉친 '대전여자씨름' 팀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모여 훈련을 진행한다. 선수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활기차게 연습하고 있다. '대전여자씨름' 팀은 오는 5월 씨름의 날 '단오'에 열리는 제11회 동구청장기 민속씨름대회를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전여자씨름' 회장이자 18년 동안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이복희(62) 씨는 "여자 씨름 선수들은 끝내주는(?) 팀이다. 활기차고 발랄한 건 우리 팀이 최고"라며 "즐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운동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씨름 중 특히 여자씨름은 앞으로도 과제가 많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통체육이지만 어느 순간 대중들에게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 감독은 씨름 활성화에 대해서 "씨름이 작년에 국가무형문화재 131호로 등재가 됐다. 더 전통 스포츠니까 계승발전 시켜야 할 이유가 있다"며 "전통체육이다 보니 전국에선 활동적인 계획이 많은데 지역에서도 계속 쫓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전국에 씨름 실업팀이 4개가 있다. 대전에서도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씨름을 운영할 수 있게 대전시에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외면당하지 않는 씨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과 '대전여자씨름' 팀은 꾸준히 씨름을 전파하고 운동을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밥 먹듯이 말하는 '씨름 사랑 나라 사랑'이라는 말이 앞으로의 씨름 활성화에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응원한다. 조훈희 기자 chh7955@
대전여자씨름 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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