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월드 내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있다. 의류상가 상당수 문을 닫았다. |
14일 찾은 패션월드는 작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가는 손님은 10명 미만이었고, 의류상가 절반은 문이 닫혀 있었다. 1층에서는 패션몰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2~3층에는 부동산중개사무소나 렌터카 사무실처럼 쇼핑과 거리 먼 사무실들이 입점해 있었다.
패션월드는 2004년 개장한 지하2층 지상3층의 스트리트형 쇼핑몰로 골목을 거닐듯 여러 의류판매장을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쇼핑단지로 주목받았다. 유럽 스타일의 쇼핑단지 설계에도 현재 의류매장 181곳에 70% 이상이 비어있거나 애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이다. 영업이 안 돼 문을 닫은 상가 분양자들은 교통유발금, 환경부담금 등 매달 100만원 가량의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상가 분양자들은 임대료를 대폭 낮춰도 상점 운영자가 없어 방문판매 사무실이나 개인 창고 등으로 임대하고 있다.
패션월드에서 남성의류 상점을 10년째 운영 중인 A씨는 "비슷한 형태의 의료쇼핑단지가 여럿 개발됐고 2013년 준공한 계룡지하차도가 쇼핑몰 입구를 가로막듯 놓여 이때부터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롯데나 신세계 중심의 아울렛이 발달한 상황에서 분양상가 단지가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부분의 점포가 단골 위주로 영업 중이고 최근 일반 사무실이 자꾸 들어와 패션몰과 멀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패션월드 출입구에 지하차도가 조성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상가분양자들은 패션월드 전체를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매수자를 찾고 있다. 상인들은 전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처럼 야시장과 청년 일자리 공간으로 전환해 관광과 쇼핑의 명소로 거듭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관해 패션월드 대표위원회 관계자는 "시행사 한섬과 F&F를 제외하면 점주 대부분이 개인 중소상인이지만 상점가 등록 등 정부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전시가 패션월드 자체를 청년창업 인큐베이터로 명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김시내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