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러한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새누리당 후보자와 민주통합당 후보가 모두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에서는 정당공천을 배제하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등 궤변을 늘어놓다가 당원투표로 공약을 철회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새누리당에서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이 70%에 가깝다. 그런데도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선거법개정에 소극적이다. 자신들의 특혜를 유지하기 위한 동업자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개정을 통해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각 주의 지방선거법에서 "정당만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유권자단체에 속하는 한 언론인과 한 연금생활자는 이 규정이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와 부합하지 않으며 평등조항을 위반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한다면서 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보장된 일반평등조항과 평등선거조항은 후보자 공천권에도 적용된다.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상의 보장은 지역에 한정해서 지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유권자단체에도 후보자공천권을 보장해야 하고, 그 후보자에게도 지방선거에 참여할 기회의 균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정당에만 지방선거 공천권을 보장하고 유권자단체는 공천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선거법 조항은 일반평등조항과 평등선거조항에 위반해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라는 요지로 결정했다.
그 후 독일의 지방선거법은 "정당과 유권자단체(Wahlergruppe)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다"로 개정됐다. 2008년 이후에 유권자단체가 추천한 후보자가 30% 가까이 당선되고, 심지어는 5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지역도 나오고 있다. 이런 유권자단체를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정당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으나 정당법상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일본에서 지역정당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는 정당법이 없어 전국정당과 지역 정치를 목표로 하는 지역정당과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어 일본식 표기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우리의 상황은 정당법이 있는 독일과 유사하므로 독일식의 '지역유권자단체' 혹은 유사한 표현이 더 적합하다.
우리의 공직선거법은 1960년대의 독일 지방선거법처럼 정당만 지방선거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 외의 단체는 후보자를 공천할 수도 없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도 할 수도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정당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단체인 유권자단체를 정당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대우하고 있으며 지역사정에 정통한 유권자단체를 역차별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상의 보장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정당에 부당한 특혜를 주어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로 선거법을 개정을 기대할 수 없다면 독일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이 기본권인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하는 방안이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상 지방자치보장, 평등조항, 평등선거조항, 정당법규정, 해당 선거법규정, 헌법소원규정 등이 독일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소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지방정치의 출마하려는 지방정치인이나 후보자를 내세우려는 유권자단체가 원고로 나서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지방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중앙정치에 전념하도록 해야 중앙정치가 살아난다. 지방정치는 지방정치인에게 맡겨 오로지 주민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야 지방정치가 살아난다. 그래야 주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주민복리가 향상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용기 있고 정의로운 지방정치인이나 지역유권자단체가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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