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사회적 가치'가 더 소중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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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사회적 가치'가 더 소중한 공동체

  • 승인 2018-03-12 16:25
  • 신문게재 2018-03-13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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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사치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외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그렇다. 탄탄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이 이제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질을 더 따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약속하는 환상을 믿지 않고, 소비자끼리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고가의 브랜드에 매달리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아주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가치를 살린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바야흐로 '사회적 가치'의 시대다. 공유 경제,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급부상하고 더불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사회적 가치는 개인의 관심이나 요구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다. 이들 기관은 처음부터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왜 사회적 가치가 더 중요할까. 그동안 목표 달성과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를 위한 가치 실현은 소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관행으로 치부되던 많은 불합리한 것들이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일명 김영란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 같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만든 부정청탁금지법이다. 그 대상은 좁게 보면 공직자, 넓게 보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다. 청탁금지법 대상 기관에는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그리고 학교와 언론사도 포함된다. 그 결과 촌지가 거의 사라진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고발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조직 내 성폭력, 성추행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채용 비리가 사회적 화두로 불거지자 재계는 급기야 인공지능(AI) 인사 담당관을 채용하기 시작하였다.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비리가 얼마나 심하면 AI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나?"라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그간 신상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심사를 해왔으나 이젠 아예 사람 대신 AI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서류심사 AI 평가를 통해 스펙이나 학력이 아닌 자기소개서 내용만으로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의도다. "차라리 AI한테 맡기는 게 더 믿음직하다"는 자소적인 반응이 있는 만큼 사회생활의 시작부터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도가 밀려오고, 저성장, 불확실성,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압축 성장을 이끌었던 모방 추격형 성장과 물적 자본에 의존한 양적 성장 전략은 유효기간이 지났다. 이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新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소공인과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 모두가 상생하는 협력 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는 경제 정책은 매우 위태롭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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