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대덕연구단지의 비전, ‘smart one-cam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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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대덕연구단지의 비전, ‘smart one-campus’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승인 2018-03-12 10:47
  • 수정 2019-04-29 09:04
  • 신문게재 2018-03-13 2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
양성광 이사장

대덕연구단지가 개발된 지 벌써 45년이 되었다. 대덕단지에는 이후 대덕테크노밸리와 산업단지 등 배후 생산시설이 추가됐고, 5000여 개의 연구기관·기업에서 7만여 명의 연구 인력이 일하는 국내 최대의 과학산업단지(연구개발특구)로 발전하였다. 또한,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기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고급인력을 공급하는 중추적 역할도 충실히 해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최근의 기술 진보와 세계시장의 변화는 대덕특구가 일대의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은커녕 살아남기조차 힘들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연구자 개개인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추어야 하나, 그것 못지않게 구성원들끼리 자연스레 소통하고 융합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대덕연구단지는 섬 같다고 말하는 시민들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외부와 소통이 안 되고 기관 간에 벽이 높아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제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연구기관이라 해도 전 세계 시장이 하나가 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3D 프린팅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내는 요즈음 세상에서는 ‘나 홀로 갈라파고스’처럼 생활해서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기술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결합하여 시장의 니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옆 기관이 무엇을 하는지,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져야 경쟁력이 생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대부분 사람은 사이버 세상은 사적 공간으로 남겨두고 업무적으로는 여전히 오프라인상에서 교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구성원의 융합을 활성화하려면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카이스트 ‘시스템 및 합성생물학 연구실’은 교수 연구실 간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공동실험실을 구축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덕연구단지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정부출연연구원이 차례로 입주하였는데, 당시 연구소별로 독립된 부지에 건물을 짓고 울타리를 둘러 경계를 구분한 것이 오늘날 연구소 간에 소통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로 이웃 연구소라도 차를 타지 않고는 가기가 힘들며, 연구소별로 출입증도 달라서 이래저래 왕래하기에 불편하다.

요즘처럼 과학과 문화, 예술 같은 완전히 다른 분야가 융합해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과는 참 안 어울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덕연구단지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활력이 넘치는 융합 공간으로 재창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5년 후면 대덕특구 50주년이 된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도 금방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다. 지금부터 천천히 지난 50년을 뒤돌아보고 100년의 비전 수립과 이를 실천할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참에 모든 연구소의 담장을 허물고 연결하여 외국의 유서 깊은 대학들처럼 대학과 연구소, 일반 주택이 어우러지는 ‘one campus’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웃한 몇 개의 연구소를 묶어 체육시설과 어린이집 같은 부대시설들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면, 이로 인해 생기는 여유 부지에 녹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지어 주거와 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건물 사이에는 오솔길을 내어 연구원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하자. 오솔길이 교차하는 중심가에 커피숍과 음식점, Pub 등이 들어설 상업 시설을 설치한다면 개발비를 일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의 젊은이들이 섞여 함께 식사하고 맥주를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자연스레 융합 인재로 성장해 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기술이 단지 내 거리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시범 사업을 하자. 거리엔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버스가 돌아다니고, 가로등이 사람의 유무를 감지하여 스스로 밝기를 조절하며, 거리에 설치된 센서가 교통 정보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같은 환경 정보를 수집하여 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스마트한 타운을 만들자.

연구소의 신기술에 규제를 잠정적으로 면제하는 테스트베드 시스템(규제샌드박스)을 도입하여 신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 스마트한 과학 도시 대전의 미래가 기다려진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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