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거나, 2차 피해를 우려해 꽁꽁 숨겨왔던 마음속 이야기를 상담소에 풀어내고 있다.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는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이후부터 상담소에 걸려오는 전화와 상담 발길이 이전보다 부쩍 늘었다.
이 상담소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적, 법적, 의료적인 지원을 주로 담당한다.
상담 건수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나도 당했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역까지 스며들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그동안 직장 등의 분위기 탓에 겉으로 내뱉지 못하던 곪았던 마음이 터지고 있는 모양새다.
주로 원하지 않는 신체적인 접촉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이들이 대다수다.
상담 후 경찰에 신고를 앞둔 이들도 여럿이다. 반면, 가정을 가진 이들은 가족에게까지 이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상담을 받다가 돌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상담을 요청했던 A 씨는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고 상담소를 방문했다가 혹여나 가족들이 알아챌까 발길을 돌렸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가명제도 등을 이용해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대전의 미투 운동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담소 상담원은 "직장에서 업무상 높은 위치의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상담하는 이들도 있고, 동네 주민부터 지인 등 다양한 곳에서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한 전화와 상담 발길이 꾸준하게 일고 있다"며 "주위에 알려질까 상담을 하다가 경찰서까지 가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고를 위해 준비 중인 이들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다문화 여성들에게도 미투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대전시와 자치구에 위탁운영 중인 다문화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미투 운동 바람이 불면서 다문화 여성들에게 성폭력의 정확한 개념과 교육을 벌일 예정이다. 또 실제로 겪었던 성폭력을 상담받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다문화 여성들의 성폭력 관련 상담은 접수되지 않고 있지만, 여성들이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상태에서 당했을 수도 있어 관련 교육을 충실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동구 다문화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성추행이고, 성폭력인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구체적인 교육과 인식을 통해 신고할 방법과 요령을 교육하려고 한다"며 "명확하게 선을 알려주면 다문화 여성들의 미투 운동도 가능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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