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봄과 함께 시작된 사랑싸움을 들여다봤다. 문진호 사자 사육사는 "봄 들어 사자들에게 사랑과 권력의 암투가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우두머리 사자 '삐뽀'는 최근에 새 사랑을 찾았다고 했다. 문 사육사는 "봄이 되자 삐뽀가 호르몬 분비가 가장 빨리 시작된 암컷을 짝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이런 '삐뽀'의 외도에 동물팀에선 평소 그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사육사는 설명했다.
사육사들 사이에서 '삐뽀'는 온순하고 품위 있는 지도자다. 사자는 보통 우두머리 사자가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곤 하는데 그동안 '삐루'는 달랐다.
사자답게 하위 서열 수컷 사자들에게도 짝을 만날 수 있게 배려했다. 자기 짝 외에 다른 암컷을 탐하는 수컷이 있으면 동생이자 서열 2위 행동대장 '삐루'가 제재에 나서는 등 계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삐뽀'가 최근 짝을 바꾸면서 1부 1처라는 사자 무리의 공식이 깨졌다.
하위 서열 수컷들의 기강 해이가 이어진 탓이다. '삐뽀'에게 짝을 빼앗긴 서열 5위 수컷 사자가 몰래 다른 암컷과 만나다 들통 나 삐루에게 맞기도 했다.
사육사는 "삐루가 스스로 유지해 온 계율을 깨면서 사자 사육장 분위기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개체가 한정된 동물원에서 삐루의 외도는 사육사들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육사는 "근친상간의 위험을 막으려는 동물원 입장에서는 최근 삐루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자 사육장 애정전선은 암컷 사자를 중심으로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한다. 암컷 사자가 수컷 중심의 배우자 선택 권력에 반기를 든 것. 암컷 매향이는 올 봄 서열 3위 '품바'의 구애를 거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서열 4위 '맘보'와 사랑을 꽃 피우고 있다. 매향이의 용기에 다른 동물 사육사들도 경이로워 하고 있다. 수컷 사자가 암컷 사자를 선택한다는 동물 상식을 매향이가 깨뜨렸기 때문이다.
문 사육사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며 "보고 있으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방원기·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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