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아버지 부재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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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아버지 부재의 시간들

- 영화 <신과 함께>, <그것만이 내 세상>

  • 승인 2018-03-07 11:19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합성
영화는 시대나 사회와 깊이 연관됩니다. 거울처럼 반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것을 들여다보게 하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특히 대중적 상업 영화는 더 그렇습니다. 동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욕망을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영된 두 작품 <신과 함께>와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우리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려 합니다.

두 작품은 장르나 서사 전개, 형식, 주제 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정서면에서 유사합니다. 힘겹게 살아온 가족의 스토리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두 영화다 안쓰러운 형제와 슬픈 어머니가 나옵니다.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군 시절 의문사로 죽은 그의 동생과 말 못하는 어머니(<신과 함께>).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고통 받은 퇴물 권투 선수와 아버지가 다른 서번트 장애 청년 동생, 그리고 말기 암을 앓는 어머니(<그것만이 내 세상>). 이른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들입니다.

두 작품 모두 아버지가 없습니다. <신과 함께>는 아버지가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 역시 아버지는 감옥에 있습니다. 어머니만 남아서 두 아들을 애타게 돌봅니다. 영화 속 큰 아들들은 모두 30대 중후반입니다. 자홍과 조하는 20년 전 십대 때 IMF 경제 위기를 통과했을 겁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어려운 세월을 살아온 이웃의 얼굴을 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가족만의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힘겹게 통과해야만 했던 고통의 흔적입니다.

어느 아버지인들 가족을 떠나거나 고통스럽게 하기를 원할까요? 영화 속 남은 가족의 슬픔 뒤에는 없어지거나 뒤틀린 아버지의 자취도 함께 어른거립니다. 또한 보통의 가족에게서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폭력의 시간들이 배어 있습니다. 존재는 항용 부재를 기억하게 합니다. 남은 어머니도 슬프지만 버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가 버렸거나 괴물로 변해버린 아버지도 우리를 한없이 아프게 합니다.



두 영화는 한국 영화의 오랜 캐릭터인 슬픈 어머니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신파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아버지가 무너지고, 가족들이 슬픔과 고통으로 힘겨워한 지난 20년의 시간을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엔 잘난 영화만이 아니라 많은 관객들과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성찰하고 위무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냥 비판할 일만은 아닙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김대중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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