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무민' 캡쳐. |
혹자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보일수도 있는 의미 없는 영상들을 이들은 왜 보는 걸까.
"그냥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걱정들이 사라진다", "취업 강박에 벗어나고 싶어서", "잠이 잘와" 등…. 단순하고 의미없는 이런 영상들을 보면서 치열한 직장생활, 취업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정신적 '힐링'이 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무민세대'라 부른다. 최근 한 포털이 조사한 결과에서 성인 10명중 4명이상이 스스로를 무민세대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無(없다)+Mean(의미)+세대'의 합성어인 '무민세대'는 경쟁사회 속에서 성공을 강요당하는 삶을 거부하고 무자극, 무맥락, 무위휴식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이들이 '무민'의 가치관을 갖게 된 이유들도 우울하기 그지없다. 취업·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 미래보다는 현재가 중요해서,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전문가들은 '무민 세대'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젊은이들이 받고 있는 사회적 압박이 자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러 조사결과로 나타난 청년들의 삶은 한없이 팍팍하기만 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취업 준비자 같은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도 사상 최악이었다. 또 막상 취업을 하더라도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취업에 성공한 청년 10명중 8명은 첫 월급이 2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취업해도 금방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살률 또한 13년째 OECD회원국 중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10대~20대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의미 없는 콘텐츠를 보면서 즐거움이나 행복을 찾는 '무민 세대'의 증가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린 젊은이들의 마지막 절규가 아닐까.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취업과 워라밸을 위한 대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의 체감온도는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야할 청년들이 열정을 다해 '의미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청춘이 청춘다워질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은 지금의 기성세대가 할 몫이다.
현옥란 편집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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