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근래 N포세대를 중심으로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최대한 돈을 모으겠다는 극단적인 ‘짠테크’가 유행이다. 짠테크는 짠내 풍길 정도로 최대한 아끼고 돈을 모으는 눈물겨운 생존 전략 자산관리방법을 말한다. 짠테크를 하는 N포세대에게 ‘생존 가계부’라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수 앱으로 인기다. 앱에 사용자가 가진 돈과 생존 기간을 입력하면 된다. 소득이 생기거나 지출하면 기입해야 한다. 지출이 소득보다 많아 잔고가 줄면 무성하던 나뭇잎이 사라진다. 생존 기간 이전에 잔고가 0이 되면 나무엔 가지만 앙상하게 남는다. 이때 앱은 사용자에게 생존을 포기할 것이냐고 묻는다.
필자 또한 20~30대 시절에 N포세대와 같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던 필자 인생의 롤모델인 흙수저 중 흙수저였던 두 인물의 삶을 N포세대에게 들려주고 싶다.
먼저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다. 군대 제대 이듬 해 1987년 필자가 유학 간다고 식사나 하라면서 선배가 준 돈 90$(당시 육군 장교 초봉이 19만원 정도)을 달랑 가지고 미국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 케네디 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위해 대기하던 중 벽면을 보니 링컨 초상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의 얼굴 옆에 큰 낱말 다섯이 쓰여 있었다. "Failed! Failed! Failed! But Endurance!" "실패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인내했습니다!" 라는 의미였다. 링컨의 인생을 집약한 것으로 마음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1809년 켄터키 통나무집에서 태어난 링컨은 농사일을 배우며 자랐고 22세까지 농사일을 했다. 학교라고는 어릴 때 몇 달 초등학교 다닌 것이 전부였다. 당시 명문 대학을 졸업한 귀족 가문의 부유한 사람들이 지배하던 미국 정치계에서 링컨은 흙수저 중 흙수저였다. 그런 환경에서도 그는 젊은 때부터 가진 대통령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항상 성경과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워싱턴 전기를 곁에 놓고 읽으면서 숱한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결국 꿈을 성취했다.
다음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영인 정주영이다. 그는 강원도 통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전부인 흙수저 중 흙수저였다. 이후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다가 4번의 가출 끝에 도시로 탈출에 성공했다. 가출 후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하면서 노동자 합숙소에서 지내는데, 빈대의 극성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하루는 머리를 써서 밥상을 펴고 밥상 네다리를 물 담은 대야에 담가놓고 잠을 잤다. 물 때문에 빈대가 밥상 위로 올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묘안이었다. 얼마간 편하게 잠을 자나 싶었는데 빈대가 다시 물어뜯는 것이 아닌가. 불을 켜고 살펴보니 기가 막히게도 빈대들이 벽을 타고 천정으로 올라간 다음 사람을 목표로 낙하해 목적을 달성하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주영 회장은 하찮은 빈대조차도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전력을 다해 목적을 성취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빈대만큼 못해서야 되겠느냐는 교훈을 얻었다. 부두 노동자 생활 이후 20살에 쌀가게 점원을 하다가 23세에 쌀가게를 직접 운영했다. 이후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고, 이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으로 이어지고 한국을 떠받치는 현대그룹을 탄생하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영국을 구한 처칠은 옥스퍼드대학 졸업식사에서 "포기하지 마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세 마디만 말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런 그가 다시 N포세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는 것입니다.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은 것입니다. 그런데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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