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웅 지음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1만3800원
1980년 8월 23일. 작가 강유일이 한 신문에 '전두환 대장 전역식' 참관기를 발표한다. 이 글에서 강유일은 전두환이 '두려운 절망의 늪으로부터 국민을 구해냈다'고 칭송하고 릴케의 글을 인용해 이 여름이 '위대한 여름'이었다고 감격스러움을 표현한다.
이듬해인 1981년 초 제12대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자, 서정주는 전두환 후보의 찬조연설에 동원되고 당선 후에는 축시를 발표한다. 1987년 '전두환 대통령 56회 생일 축시'를 헌정했을 때, 서정주의 나이는 일흔 둘이었다. 열여섯 살 아래 젊은이의 생일에 당시 최고였던 시인이 시를 써 바친 것이다.
이 문학사의 기록은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기자인 정규웅 저자가 담은 1980년대 문단의 풍경의 일면이다. 신간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에서 저자는 1980년대 한국문학의 지평을 연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들의 탄생 배경과 시대적 아픔, 개인적 삶을 가감없이 담았다. 어지러운 시대를 보낸 문인들의 이야기를 기억 속에만 묻어두고 싶지 않기에, 저자는 그들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암울했던 정권하에 목숨까지 내놓았던 문인들과, 그럼에도 빛나는 작품들의 탄생 과정은 담은 이 책의 출간 역시 2010년대 문학사의 한 풍경을 차지함직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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