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6.겪은 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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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6.겪은 일 쓰기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 승인 2018-03-04 09: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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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글은 어떤 목적으로 쓰여 지느냐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됩니다. 개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글, 정보전달을 위한 글, 주장하는 글 등이 있지요. 그 중에서도 정서를 표현하는 글은 우리가 쉽게 접하며 자주 쓰는 글입니다. 일기나 기행문, 감상문, 시 같은 글을 예로 들 수 있지요. 이런 글들은 보고 듣고 경험 한 것을 토대로 생각이나 느낌을 넣은 자유로운 글, 글 쓰는 사람의 개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감각을 통한 느낌쓰기를 훈련해 보았습니다. 먹고,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하면서 매 순간마다의 다양한 느낌을 표현해 보았는데, 이런 연습들은 정서를 표현하는 글을 쓰는데 좋은 밑바탕이 됩니다. 경험 한 일을 쓸 때, 단순한 설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묘사와 느낌쓰기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기가 느끼고 깨달은 것을 글로 잘 표현해야 살아있는 글이 될 텐데, 스스로 별 감흥이 없다면 다른 이에게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무언가 감동 있는 살아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일하고 나서 글을 써 보는 것, 몸을 움직이고 나서 글을 써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을 때와는 다른 생생한 표현들이 저절로 떠오를 테니까요.

<눈이 왔다. 눈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 보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하늘에서 동글동글 하게 생긴 꽃잎이 막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떨어진 눈이 계속 내려와 땅에 구름처럼 쌓여갔다. 눈을 밟아보니 뽀득뽀득 소리가 나며 폭신폭신 했다. 눈 침대를 만들어 거기에 눕고 싶지만 내 몸 무게가 좀 무거워서 올라가면 아마 지그재그 모양을 하며 부서질 것 같다. 장갑을 들고 오지 않아서 맨 손으로 눈을 만졌는데, 내 손에서 가루 같던 눈이 동그랗게 뭉쳐지는 게 재미있었다. 동글동글한 눈 뭉치를 만들어 굴려보니 조금씩 눈 덩어리가 커져갔다. 바닥에 있던 눈들이 다 눈 뭉치에 붙었다. 계속 이렇게 눈을 굴려 두 개를 붙이면 나보다 더 큰 눈사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손이 시려서 더 만질 수 가 없었다. 내 손이 토마토나 사과처럼 아주 빨갛게 되었다.

너무 손이 시리고 추워서 집에 들어가려 하다가, 지금까지 제일 하고 싶었던 걸 하고 가기로 했다. 바로 눈을 먹어 보는 것이다.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제일 깨끗해 보이는 눈을 골라 아주 조금 입에 넣고 먹어보았다. 눈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바로 녹았다. 맛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아이스크림처럼 맛있지는 않았고, 그냥 쓴 얼음을 먹는 것 같았다. 금방 사라졌지만 아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따뜻한 집으로 들어오니 내 몸이 마치 흐물흐물 오징어보다, 스르륵 스르륵 문어보다 더 흐물흐물 하고 스르륵 스르륵해졌다. 이 기분이 싫지 않다.



나는 눈이 정말 좋다. 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먹어보는 것도 좋다. 이 세상에 내리는 눈의 양 만큼 눈을 좋아 한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눈에 대해 글을 쓰는 것도 참 좋다.>

- 권정현 (초3), 눈 내린 날,



<남편이 일주일간 여행 갔을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니 밤새 눈이 왔다는 소식이 있었다. 덜컥 맘이 무거워졌다. 남편도 없는데 쌓인 눈을 어찌 치워야 될까 싶어 현관문을 여니, 눈이 쌓여 있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소복하게 덮고 있었다. 난감했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내내 발을 적셔가며 다녀야하고, 날이 추워 얼기라도 하면 길이 미끄러워지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입고 있던 얇은 옷차림 그대로 빗자루를 찾아 들고 쓸기 시작했다.

긴 빗자루가 잘 될 것 같아서 골라 가지고 나왔건만, 밤새 얼어붙은 눈은 잘 쓸리지 않았다. 긴 빗자루를 처음 잡아봐서 그런지, 안 해 본 일이라서 그러는 건지, 힘껏 쓰는데도 위에 쌓인 눈만 살짝살짝 쓸릴 뿐이었다. 힘을 하도 줘서 빗자루를 쥔 손이 멍들 것처럼 아프고 손바닥이 까질 지경인데도 마당의 눈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겨우 몇 발자국 주위만 깨끗해 졌을 뿐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창고로 가서 작은 빗자루를 가져왔다. 그나마 제대로 잘 쓸렸다. 허리를 구부린 채로 열심히 쓸었다. 쓸다 쓸다 허리가 아파서 못 견디겠다싶으면 허리를 쭉 펴서 하늘 한번 보고, 또다시 땅으로 고개를 숙인 체 열심히 눈을 쓸었다. 조금씩 바닥이 보이고 눈이 거둬졌다.

몇 십 분을 끙끙대며 간신히 골목까지 치우고 나니 너무 추운 날이고, 얇은 옷차림인데도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순간, 남편이 떠올랐다. 늘 혼자서 아무 말 없이 눈을 치워준 남편 생각이 났다. 고맙고 대단하고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주일 후 남편이 돌아왔을 때 남편의 여행기를 듣기도 전에 나 힘들었던 얘기가 먼저 나왔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요령이 부족해서 더 힘들었을 거라며 수고 많았다고 위로해 주었다.

며칠 후 또다시 눈이 내려 쌓인 날, 새벽에 눈 치우라고 남편을 깨우며 그때 고마왔던 마음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는 나를 보았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분명히 눈을 치우기 전의 나와는 다른 마음이었다. 눈 치우기를 통해 노동의 고단함과 남편의 고마움을 동시에 느껴봤으니까 말이다.>

- 이주영 (행복한 글쓰기 수강생), 세상에서 제일 힘든 눈 치우기



위의 글 모두 눈을 소재로 다루면서, 그 속에서 경험한 것을 쓴 글입니다. 눈을 만지고, 밟고, 맛보면서, 또 땀 흘려 눈을 치우면서 느낀 것을 쓴 글이지요. 가만히 앉아서 내리는 눈을 보며 상념에 젖은 글을 쓰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직접 경험하며 온 몸으로 느끼는데서 나오는 표현은 읽는 사람도 쉽게 빠지게 합니다. 그래서 즐겁고 신기했거나, 난감하고 힘들었던 그 마음 그대로를 똑같이 느끼며 공감하게 되지요.



< 글쓰기시간에 휴지게임을 했다. 휴지를 머리에 올린 채 손을 대지 않고 걸으며 휴지를 떨어트리지 않고 강의실을 도는 것이다. 동생들부터 하기로 해서 나는 나중에 하게 되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있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떨렸다. 2학년 중 어떤 아이는 두 바퀴나 돌았다. 그것도 아주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정말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자꾸 남자 아이들이 "머리가 작아서 잘 되는 거예요" 라며 불평을 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머리가 작으면 중심잡기가 더 힘들지" 하셨다. 동생들과 친구들 순서가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바로 앞사람의 순서가 끝났을 때 가슴이 마구 뛰었다.

휴지가 내 머리에 올라오는 순간, 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금방 떨어질 것 같아서 발걸음을 내딛을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 발도 쿵! 내 마음도 쿵! 걸어가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두근두근했다. 머리 위가 간질간질 했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고 조심조심 걸었다. 몸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고개를 흔들지 않도록 조심했으며, 발도 한 걸음씩 살짝 살짝 움직였다. 막상 해보니 신기하게도 생각만큼 금방 떨어지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속도를 조금 빨리해서 걸었다. 휴지가 일렁거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도 휴지는 내 머리 위에 딱 붙어 있었다. 휴지와 내가 한 몸이 된 기분이었고, 떨어지지 않고 내 머리 위에 있어 준 휴지가 너무 고마웠다.

두 바퀴나 더 돌자 아이들이 대단하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 탓에 몸이 흔들렸는지 조금 있다 휴지가 떨어졌다. 이렇게 많이 해 낼 줄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에 계속 휴지가 올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 갈 때도 왠지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게 되었다. 휴지를 올리고 했던 게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재밌었고,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기쁨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권이현 (초5), 두근두근 휴지게임



휴지를 머리에 올려놓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게임을 하면서 내내 긴장하며 떨렸던 느낌이 잘 표현되었지요, 직접 몸으로 해 본 일들은 쓸거리가 많은 좋은 글감이 됩니다.



<글은 살아있는 것이다. 글에도 핏줄이 있어서 피가 돈다. 숨을 쉰다. 그것들은 글쓴이의 솔직함과 진실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 제 아무리 문장을 매끄럽게 잘 쓰고, 또, 현란한 수사법을 동원하여 이런저런 기교를 부렸을지라도, 글쓴이의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글은 읽는 이를 감동시킬 수가 없다. 사람의 진실함은 솔직 담백함으로부터 끌어 낼 수 있다. 그 진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솔직함이 아니고, 글쓴이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이다.>

- 한승원, [한승원의 글쓰기교실]



아무리 완벽한 글이라도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은 있습니다. 또, 모자라고 어설픈 내용이지만 감동과 공감을 주는 글도 있습니다.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게 쓰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진실함은 꾸밀 수 가 없으니 직접 겪은 경험에서 진실한 글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오늘 나는 어떤 일들을 했나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일 하거나 활동하는 중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글로 잡아 보세요. 어떤 느낌이 떠올랐는지, 마음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글로 표현해 본다면 살아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생생하고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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