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사랑이』는 참된 아내이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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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사랑이』는 참된 아내이자, 친구!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승인 2018-03-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 들어가는 시



머리와 코, 양 팔 링겔을 장식처럼 꽂고

두 팔과 다리 침대 사각에 묶여

피골이 상접하여 누워있는 중환자실 사랑이





20여일 무의식 상태

생사(生死)경계 넘나들며 얼마나 힘들었을꼬?



저리도 착하고 온유한 사랑이

무엇이 그리도 가지고 갈 업(業)있어

병마에 휩쌓여 고통 안고 있느뇨?



입술 까아맣게 누룽지처럼 타고

광대뼈 앙상한 모습

작은 가슴 가까스로 내쉬는 들숨 날숨

그나마 남은 숨소리에 힘겨워 가슴 졸인다



스무살 단발머리 시절

글 쓴다는 더벅머리 청바지 따라와

함께 살아온 35년 세월

딸 둘, 아들 하나 낳고

가난과 잦은 병마로 고생하더니



뇌출혈 질환으로 생사 고비 넘나고 있으니

차라리, 이내 몸을 아프게 하여주오!

가련하고 작은 여인 무슨 죄 있어

저리도 병마에 시달리나요?



사랑하는 이여

내 평생 반려의 친구, 사랑아!

- 김우영 작가의 시 '사랑이의 병상에서' 全文



1. 아, 어쩌다가……?

길가 가로수에 하나 둘 매달린 마지막 낙엽이 찬바람에 하늘거리고, 계절이 초겨울로 바뀔 늦가을 즈음.

집에서 저녁식사를 잘 마친 '사랑이'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즉시 사랑이를 들쳐업고 차량에 싣고 병원으로 달렸다. 마침 병원 후문에 사는 덕분에 사고발생 10만분에 도착했다.

까아만 어둠이 사위에 내려진 밤 9시. 무시무시한 빠알간 간판의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젊은 의사 선생님한테 울먹이며 매달렸다.

"흐흐흑, 선생님 사랑이 좀 살려주세요. 불쌍한 여자입니다. 흐흑, 꼬오옥 살려야- 살려야 해요!"

의사와 간호사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사이에 두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응급실로 달려왔다. 갑작스런 사태 앞에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등을 토닥인다.

잠시 후 흰 까운을 입은 젊은 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 두 딸과 사위, 아들, 며느리가 얼른 뛰어와 의사를 주시했다.

"환자는 뇌출혈로 쓰러진 것 입니다. 이른바 '지주막하 출혈'인데 이 병은 병원을 오면서 사망률이 30%, 치료를 받다가 30%, 나머지 30%는 퇴원해도 정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입니다. 하여튼 저희도 최선을 다 해봅니다만 장담은 못합니다?"

"뭐, 뭐예요? 아, 그럼 어떻게해요 흐흐흑---?"

"선, 선생님 엄마 좀 살려주세요. 흐흐윽---!"

두 딸과 사위, 지난해 5월 막 결혼한 신혼인 아들과 며느리가 자리에 주저앉아 울며 눈물범벅이 되었다. 슬픈 소식을 들은 가까운 지인과 사돈들이 삼삼오오 달려와 낙담한 표정으로 달래며 위로를 해준다.

응급실에서 애꿎은 벽만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평소 혈압이 낮거나, 높지가 않아 문제가 없었고,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잘 받아 왔다. 그리고 아직 50대 후반으로서 건강했다. 또한 뇌질환 계통에 전조증상도 없었기에 온 가족이 받은 충격은 그야말로 '아, 어쩌다가?' 였다.



2. 아프리카 밀림지대

이렇게 시작된 '사랑'이의 중환자실 투병생활을 온 가족의 슬픔과 눈물, 걱정과 한숨으로 두 달여 만에 가까스로 깨어나 가족들의 위안과 축하속에 퇴원을 했다.

막상 퇴원은 했지만 완치 된 것이 아니라 집과 병원을 정기적으로 오가며 언어능력 배양과 기억력 회생, 인지능력을 향상을 비롯하여, 보호자 동반의 신체 재활운동을 동시에 해야 했다.

두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는 하루가 멀다하게 엄마한테 달려와 말벗, 안마, 맛있는 영양식을 해주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집을 비우고 엄마와 숙식을 함께하며 몸과 마음을 부비며 함께하는 고마운 자식들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는 했지만, 생애중에 가장 긴 사랑을 몸으로 뜨겁게 체험하였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기에 그러하리라!

사랑이의 퇴원 후 가정생활. 결혼한 두 딸과 아들 며느리가 있지만 자녀들도 가정과 직장이 있어 결국 가정살림을 내 몫이었다. 몇가지 되는 약을 환자에게 챙기는 일을 시작으로, 밥하는 일과 빨래, 집안청소, 시장보기, 공과금 내기 등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간은 어머니와 사랑이, 두 딸이 있어 그간 부엌에 들어갈 일이 없었다. 또 충청도 가정의 보수적인 어머니는 평소 그러셨다.

"머슴애가 부엌들랑댐서 잔소리허믄 못써야? 긍께 너는 얼씬도 허지말어라잉!"

이런 터에 35년만에 들어가 본 부엌은 '아프리카 밀림지대'였다. 어디에 쌀이 있는지? 찌게를 끓일 때 간장은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소금과 설탕을 구분을 못하여 음식을 버리고 일? 밥솥에서 밥을 푸다가 뜨거워 손등을 데이고, 무를 썰다가 손끝을 다치는 등 손과 팔은 상처투성이이다.

사랑이
3. 효자손, 전기밥솥과 애견 푸들

그러나 나에게 효자손이 몇 개 있는데 두 개를 뽑으라면 단연코 '전기밥솥'과 애견(愛犬) '푸들'이다. 전기밥솥은 쌀을 씻어 넣고 보턴만 누르면 사랑이와 마주앉아 먹을 수 맛있는 '하얀 쌀밥'이 된다.

또 애견 '푸들'은 아픈 '사랑'의 말벗이자, 친구로 지낸다. 사랑이는 하루종일 푸들을 끌어안고 대화하고, 씻겨주며, 부둥켜안고 있다. 잠 잘 때도 이불속에서 푸들은 안고 잔다. 무뚝뚝한 남편보다 훨씬 나은 훌륭한 반려견이다.

예쁜 푸들을 저렴하게 분양해주신 충남 금산의 '콩콩 애견농장' 이준영 대표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대표님은 참 좋은 일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환자에게는 말벗의 위안으로, 혼자 사는 사람한태는 반려로, 시골 외딴집에서는 친구로 함께하는 동물이 바로 애견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문득 인도속담이 생각이 난다.

"가족이 평화로우면 어느 마을에 가서도 축제처럼 즐거운 일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만약 전기밭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양 손은 숯검정이 되었을 것이다. 또 푸들이 없었다면 누가 24시간 우리 '사랑'이와 놀아주었을까? 내 사랑 '전기밥솥'과 '푸들아' 사랑한다. 아암, 사랑하고 말고 하늘만큼 땅만큼 …….



□ 나가는 시

국내·외 같이 여행 다니며 성악 알토 소프라노와

부부듀엣 여성 싱어로 호홉 맞추며

노래하고 다니던 사랑이



어쩌다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20여일 중환자실 무의식상태

가까스로 깨어나 일반병동 옮겨



저녁을 먹고 휠체어에 사랑이를 밀고

아무도 없는 병원복도 끝 작은 휴게실

핸드폰에 담긴 예전의 노래하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노래 알지?"

"노, 노래를 부르는 여자는 나, 마-맞은 거 같은데, 저게 무, 무슨 노래지?"

"아, 사랑아……?"



그리도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차분했던 사랑이가 잘 부르던 노래를 모르다니?



핸드폰을 휴게실 의자에 살며시 놓고

어둠이 내려앉은 까아만 창 밖을 보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아,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저게 무슨 노래지……?"

두 달 병원에서 퇴원하는 사랑이 등 뒤로 의사 선생님 말씀



사랑이 지능이 초등학교 6학년 정도입니다

언어, 인지능력, 신체재활 가족들이 적극 도와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사랑이를 살려주시어

이제 부터는 제가 일으켜 보겠습니다



아내인 동시에 친구일 수도 있는 여자가 참된 아내

친구가 될 수 없는 여자는 아내로도 마땅하지가 않아

사랑이를 후회없이 친구로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 김우영 작가의 사랑시 '사랑이는 참된 친구이자, 아내' 全文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김우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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