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착한 아이 증후군 Ⅰ/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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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착한 아이 증후군 Ⅰ/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자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8-03-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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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Q. 6세 여아를 키우고 있는 맘입니다. 유치원에서 원장님과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다니고 있습니다. 또래 친구하고도 너무 잘 지냅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는 짜증을 엄청 냅니다. 어쩔땐 '애가 왜 이러지?' 유치원 원장님과 통화를 해 봐도 아무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딱히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아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A. 원인을 알지 못할 때 그 답답함과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원인도 찾아보기 위해서 발버둥 쳐보기도 합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대해 설명해 드릴려고 합니다.

어디가나 착한 사람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다. 착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왠지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다. 어떤 일이든 거절을 못한다. 자신의 생각은 줄이고 오직 상대가 원하는 것에 자신을 맞춘다. 자신의 의지나 감정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상대방 욕구에 자신을 맞추려다 보니 무조건적으로 희생한다. 희생으로 끝나면 착한 사람으로 끝날 수 있지만 본전 생각을 시작하면 화병을 불러 온다.

우리는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때부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장난감을 친구에게 양보하면 착하다며 사탕을 받았고, 다른 친구들보다 청소를 열심히 하고, 친구들이 하기 싫어하는 굳은 일을 하면 선행상을 받았다. 성적우수상만큼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착한 사람의 모습을 택하고 남에게 착한 사람으로 불리길 원한다.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 착한 사람이 대접받는 정상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착한 사람은 상(賞)이 아닌 상처만 남는듯하다.

어릴 때부터 'No'를 말하지 않는 사람를 잠시 소개한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모임은 많은 희생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가 있기에 다른 사람은 편안하다.

A씨가 그런 경우다. 모임에 총무직을 맡고 있지만 총무 일을 뛰어 넘는다. 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인터넷 카페를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단체문자 보내기, 모임장소 섭외, 인쇄물 준비 등 모임의 시작과 마무리 모두 그의 몫이다.

모임 초창기 때는 사람들에게 각자 분담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군말 없이 희생하는 그에게 온갖 귀찮은 일들이 전부 맡겨졌다. 그는 즐겁게 시작한 모임에 큰 부담과 스트레스 받기 시작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간혹 불만이 나오면 속이 상하기까지 한다.

일을 분담하자고 조심스럽게 도움을 청해 봤지만 사람들은 바쁘다며 거절한다. 번거로운 일을 하기 싫어서 떠넘긴다고 오해할거라는 생각에 더 이상 부탁하지 않았다. 총무를 그만두고 싶어도 책임감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라는 걱정에 그만두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는 커져만 간다. 그가 언제까지 그 모임의 총무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대에게 선의를 베푼 만큼 상대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다. 희생하던 사람은 더 큰 희생을 은근히 요구받고, 손해 보는 게 익숙한 사람은 매번 손해를 보게 된다.

내가 이만큼 갔으니 상대가 이만큼 와주길 바라지만 상대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희생과 노력에 허탈함을 느낀다. 묵묵히 참고 상대에게 초점을 맞춰 움직이며 정작 챙겨야할 자신은 돌보지 못한다. 자신에게는 가혹 할 뿐이다.

물론 자신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남을 배려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고 오로지 남을 위해, 오로지 남의 만족을 위해 눈치 보기 바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라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전보다 더 서로 눈치를 보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이에서 더욱 서로에게 밉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에는 끊임없이 손해를 입힌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생각하기보다 타인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어릴 때부터 '너가 힘들면 다른 사람을 도우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리고 '너가 도와주고 싶은 만큼만 도와주는 거야.' '엄마는 다른 사람들보다 너가 더 소중하단다.'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 아닌, 진심과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면 아이는 밖에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되고, 집에서는 갑작스런 짜증 또한 줄어들게 된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김종진 원장이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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