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3-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친구를 만나는 일은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친구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몇 명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지금 살고 있는 대전에 있습니다. 그리고 매달 고등학교 선·후배들이 모여 정기적인 동참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동창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모임을 갖지만 이상하게도 그 날만 되면 다른 일정이 생겨 불참한지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도 동창들이라서 그런지 불참을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는 않으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지난 수요일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시내에서 볼 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그 친구가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만나서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현재 외국유학 중인 그 친구의 막내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딸의 전화내용을 들으려 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딸이 아직 명확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아빠와 상의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대답과 조언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나는 그 친구를 질책했습니다. '어떻게 도움과 조언을 청하는 딸에게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친구는 약간 당황한 듯, '그럼 어떤 말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친구를 나무란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이 일견 당연하고 타당한 것 같지만, 곰곰 따져보면 참 무책임한 말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를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있기는 하지만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입니다.

GettyImages-694028624
게티 이미지 뱅크
일의 종류는 참 다양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반면, '하고 싶지 않은 싫은 일'도 있습니다. 만약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불행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함에 있어서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비록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잘 해서 최상의 성과를 내야만 합니다.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 일을 방기하거나 소홀히 처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 일을 하다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내게 그 일이 주어지지 않아서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가장 좋은 경우는 할 수 있는 일을 잘 처리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만약 '할 수 있는 일'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해버릴 경우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해 버리게 되면, 그 일을 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고스란히 책임져야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에는 '재미있는 일'과 '재미없는 일'이 있습니다. 일하는 것이 재미있는 경우는 아마도 극히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일이 즐겁고 재미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많지는 않지만, 하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다면 그 일은 일을 하는 내내 힘이 들지도 않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은 일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고, 일 자체도 그렇게 즐겁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재미있는 일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재미있는 일을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일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살면서 하는 일은 대부분 해야만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서 재미도 없는 그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대부분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해야만 하고 재미도 없는 그런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흔히 '힘들고 괴롭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즐겨라'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힘들고 괴롭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을 즐기기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런 일을 해야만 한다면 어떻게든 빨리 일을 처리해서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즐기라'는 말이 무책임하고 덧없는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존재의 이유가 일을 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던지 해야만 한다면, 적어도 일을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고, '재미있는 일과 재미없는 일'을 분류하고,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을 나누고 정리하면,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의 공집합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분류를 하게 되면 다른 한편으로 '하기는 싫지만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일'도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는 싫지만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은 반드시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하기는 싫지만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일'도 해야만 한다면,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가를 고민하고 일을 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이 비록 힘들고 괴롭기는 하겠지만 그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했습니다. 신입생들이 새로운 희망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자신의 목표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시작해야할 때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자신이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찾아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하나씩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는 내 주변의 일들을 정리하려고 분류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