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대보름, 세시풍속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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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대보름, 세시풍속 돌아보니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3-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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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대전 동구 대청동다목적회관 앞에서 정월대보름제가 열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달집을 태우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2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고을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수두룩하지요. 당산제, 장승제, 솟대제, 목신제, 탑제, 산신제, 거리제, 달집태우기, 길놀이, 쥐불놀이, 달맞이 등을 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 비슷하지요. 예전에는 설날부터 보름까지 축제기간이었어요. 다양한 놀이가 행해지는 것은 당연하였겠지요. 요즈음 축제는 박제된 듯 보여 아쉽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여, 진정 즐기는 축제가 되면 좋을 텐데요.

지난달 28일 대전동구문화원에서 「2018 정월대보름 전통 민속놀이 한마당」이 있었습니다. 개보름과 보름날 행사가 많으니 앞당겨 준비한 것 같습니다. 점심으로 떡국도 준비하고, 견과류와 떡, 과자, 막걸리 등 푸짐한 부럼 상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식전공연으로 대청풍물단 연주가 있고, 개회식, 기원제에 이어, 윷놀이, 제기차기가 있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환호성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덕담 나누며 막걸리 나누는 동안 이사람저사람이 부럼을 까 줍니다. 선의로 챙겨주는 아름다운 마음이지요. 과잉친절 아닌가? 잠깐 생각에 잠겨봅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정초부터 섣달까지 월별로 세세하게 풍습이 정리되어 있지요. 신분계층, 지역에 따른 풍속을 망라하여 증빙자료와 함께 아름다운 문체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이마다 인용하여, 우리세시풍속의 지침서가 되어있는 듯합니다. 그에 의하면 부럼을 깨는 것은 이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되어있지요. 그러니까 직접 깨 먹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생각이 『동국세시기』 미친 김에, 보름날(上元)편에 있는 내용 몇 가지 옮겨봅니다.



"이 날은 찰밥을 짓는데, 대추, 밤, 기름, 꿀, 간장 등을 섞어 다시 쪄서 잣과 버무린 것을 약밥(藥飯)이라고 하여 보름날의 좋은 음식으로 여기며 이것으로 제사를 지낸다."

"보름날 이른 아침에 날밤, 호두, 은행, 잣, 무 등을 깨물면서, 일 년 열두 달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축원한다. 이를 부럼깨물기(작절嚼癤)라고 한다. 혹자는 이것이 이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한다. 평안도 의주義州 지방 풍속에 어린 남녀들이 이른 아침에 엿을 깨무는데 이를 이빨겨루기(치교齒較)라고 한다. 청주淸酒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하는데 이 술을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박, 오이, 버섯 등 각종 채소 말린 것과 콩, 호박 및 순무 등 각종 무를 저장해 둔 것을 묵은 나물[陳菜]이라고 하며, 이 날 반드시 이 나물들을 만들어 먹는다. 오이꼭지, 가지껍질, 무잎 등도 모두 버리지 않고 말려 두었다가 삶아서 먹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연을 띄우다 남은 연줄에 돌멩이를 붙들어 매고 서로 걸어서 세게 잡아당기는 놀이도 한다. 줄이 끊어지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땅을 파서 구멍을 만들어 놓고 어른이나 아이들이 편을 갈라 동전을 던져 그 구멍을 맞힌 다음 그 중의 하나를 정하여 큰 동전을 던져 맞춘 사람이 돈을 갖고 이긴다. 만일 잘못 맞추었거나 맞추지 못한 사람은 지는 것이다. 정월 보름날에 이 놀이가 더욱 성하다. 아이들은 혹 사금파리를 동전으로 삼아 이와 같은 놀이를 한다."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달맞이(迎月)라고 하며 남보다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재수가 있다고 한다. 나아가 달빛으로 한 해의 기후 상태를 예측하는데, 달빛이 붉으면 그 해에 가뭄이 들 징조이고 희 면 비가 많이 올 징조라고 한다."

"이 날 밤 서울 장안의 주민들은 신분이나 남녀 구분 없이 모두 몰려 나와 열운가閱雲街의 종각鍾閣에서 저녁 종소리를 들은 후 흩어져 여러 곳의 다리로 가서 왕래하는데 밤이 새도록 행렬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다리밟기(답교踏橋)라고 한다. 혹 어떤 이는 말하기를 교橋와 각脚이 우리나라 뜻 새김으로 발음이 같기 때문에 속담에 다리(교橋)를 밟으면 일 년 내내 다리병(각질脚疾)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충청도 풍속에는 횃불싸움(거전炬戰)이 있다. 또 편을 둘로 갈라 마주서서 동아줄을 서로 잡아당기게 하여 상대에게 끌려가지 않고 끌어당겨 이긴 편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데 이는 곧 옛날의 결하희(줄다리기)와 같은 것이다."

보름날에 관한 보다 정확한 내용을 전하기 위해 인용하였는데요. 주로 우리지역에 있었던 풍습을 발췌하였습니다. 풍속도 문화이다 보니 지역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오곡밥이나 아홉 나물에는 나눔의 지혜와 생활의 지혜가 숨겨 있지요. 나아가 연중 행해지는 모든 세시 풍속에, 절기에 맞는 고유정서와 지혜가 가득가득 담겨있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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